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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벼르더니… 우병우 청문회 ‘한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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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벼르더니… 우병우 청문회 ‘한방’은 없었다

입력
2016.12.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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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특위 5차 청문회도 맹탕

새 증거 등 제시 못하고 호통만 난무

의원들 준비 소홀…‘모른다’ 벽 막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마지막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청문회가 별 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현상금까지 건 국민들의 힘으로 우 전 수석을 청문회에 겨우 앉혔지만, 16명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철저하게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한 우 전 수석의 방어막을 넘지는 못했다. 추가 의혹이 제기되긴 했으나, 전언(傳言)이나 풍문 수준에 그쳤고 명확한 팩트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위 의원들이 철저한 준비 없이 ‘호통’만 치다 보니 ‘우병우 청문회’가 우 전 수석에게 변명의 기회만 주는 자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5차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은 초지일관 “최순실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잡아떼면서 그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규명하려던 청문회는 공회전만 거듭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차은택의 법적 조력자가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이며 이를 우 전 수석이 소개시켰다는 애기를 들었다”는 노승일 K스포츠 재단 부장의 새로운 진술이 나왔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소개는 고사하고 차은택도 모른다고 차단막을 쳤다. 그의 장모 김장자씨가 운영하는 골프장인 기흥CC 직원들의 녹취도 공개됐으나 “장모는 최씨를 모른다고 했다. (녹취록 내용도) 납득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녹취에는 “우병우가 최순실거 다 막아주고, 골프장 밖에서 상하관계”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우 전 수석이 장모와 최씨간 고리로 청와대에 입성해 최씨의 국정농단을 방치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씨와의 모든 연결 고리를 부정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 전 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육군사관학교 34~43기로 구성된 사조직 '알자회'의 인사 특혜를 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우 전 수석은 “알자회는 들어봤지만 인사 개입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세 의혹 모두 전언 형태의 주장이다 보니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우 전 수석의 ‘모르쇠’ 전략에 특위는 새로운 증거나 진술 등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호통치기나 비아냥으로 대응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이 검찰 출석 당시 여기자를 노려보는 사진을 제시하며 “차지철에 버금가는 왜곡된 충성과 김기춘에 버금가는 교활함으로 최순실에 부역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거대한 악마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이 외제차 사용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자 “내가 검사라면 그런 식으로 답변하는 피의자 한 방 쥐어박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답답한 흐름에 김성태 특위위원장은 “자세가 불량하다. 똑바로 앉아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갖고 ‘망신주기’를 시도하다 되레 해명의 기회만 주기도 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이 2009년 4월 검찰에 출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했다는 말을 보여주며 직접 읽어보라고 말했다.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오”라는 문장이었다. 손 의원은 주어를 ‘우병우’로 바꿔 다시 읽었으나 우 전 수석은 이에 자극 받지 않고 “저런 말을 한 적이 없고 관련해 입회한 변호인도 있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우 전 수석의 현상수배 패러디 사진 등을 보여준 뒤 “학창시절 공부 잘했죠? 머리 좋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충성한 결과가 대통령의 탄핵”이라고 비꼬았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역시 첫 질문부터 “잘못한 것 있죠”,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세월호에 탔어도 구조와 수사를 방해했겠냐” 등의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 전 수석은 각각 “(정확한) 질문을 해달라”, “(구조 및 수사 방해 등)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위는 우 전 수석의 해명과 “모른다”는 주장을 재공박하지 못하고 “특검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으름장만 놓았다. 그간 우 전 수석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방조 ▦세월호 수사 개입 ▦아들 의경 ‘꽃보직’ 혜택 등의 의혹과 정황이 제시됐으나 일부 의원들은 구체적인 사건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한 질문으로 시간을 때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청문회는 우 전 수석의 출석이 예고된 13일 이후 열흘 가까운 준비 시간이 있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호통치는 ‘통문회’가 아니라 들을 청(聽)자의 청문회다. 들을 말한 말을 끌어내는 질문을 해라. 필요한 건 팩트다”고 일갈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을 보이고 국회가 주축이 되는 의원내각제ㆍ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개헌을 하자면 누가 동의하겠냐”며 “교도소 청문회로 반전을 이루지 못하면 특위가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맹탕으로 끝난 청문회에 특위는 26일 최순실씨를 포함, 안종범ㆍ정호성 등 전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서울 남부구치소 현장청문회를 결정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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