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아파트 73만가구 입주
빌라 가격 당분간 하락 불가피
김포ㆍ고양ㆍ파주ㆍ세종 등 이미 하락
직장인 조모(37)씨는 3년 전 결혼하며 서울 사당동에 43㎡의 연립주택을 2억6,00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조씨와 남편 직장과 가까운 사당동에서 전세 아파트를 구해봤지만 가격은 4억원에 육박했고, 궁여지책으로 연립주택 구입을 택한 것이다.
요즘 조씨는 이 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출산을 하면서 육아를 위해 친정집(화곡동) 인근으로 이사를 하려는데, 좀처럼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벌써 3개월째. 조씨는 “최근 가격도 2,000만원 낮췄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자취를 감췄다”며 “주변에 값 싼 아파트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연립주택 같은 빌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과잉, 이에 따른 입주 폭탄이 서서히 현실화하면서 빌라 시장이 된서리를 맞을 조짐이다. 최근 2, 3년간 극심한 아파트 전세난의 대피처로 각광을 받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내년 이후 신규 아파트 입주 폭탄이 예고되면서 수요 급감이 예상되는 탓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빌라로 불리는 연립, 다세대 등의 4층 이하 공동주택은 올해 10월까지 전국에 10만569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지난해(14만2,104가구)에 이어 2년 연속 10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공급 대기를 하는 셈이다. 지난해 물량은 전년(9만2,585건)과 비교하면 53.4% 급증한 수치다.
빌라 공급은 2, 3년간 전세난이 심각했던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난해와 올해 전국 연립ㆍ다세대 신축 인허가 물량의 80.23%가 몰렸을 정도다. 매매가의 80%에 육박한 서울 아파트 전세를 얻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발길을 돌리면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도 많았지만 저금리로 넘쳐난 유동자금이 밀려들며 빌라 몸값을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어들면서 가격도 갈수록 주춤하고 있다. 1년 전인 작년 11월 0.18%에 달했던 전국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올 11월에는 0.03%로 크게 낮아졌다. 이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역도 적지 않다. 물량 과잉 공급에 시달리는 김포ㆍ고양ㆍ파주 지역은 매매가가 0.22%나 하락했고, 세종시(-0.03%)과 대구(-0.06%) 역시 빌라 가격이 내리막이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으로 지난해말 한차례 조정을 거친 후, 올해 가을 이사철을 기점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본격화하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몇 년간 빌라 가치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8년까지 73만여가구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세가격이 안정화되면 빌라 수요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년과 올해 인허가 물량이 대거 쏟아져나올 경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특히 경기지역의 경우 서울보다 수요가 더 빨리 줄어들면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고급빌라가 몰려 있는 강남권이나 출퇴근이 편리한 마포, 용산 등 중심가는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서울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권은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