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창과 방패 첫 대면 40분
쟁점 압축 등 40분만에 일사천리
수사기록 요청 법리적 근거 제시
朴 대리인 측 이의 신청은 기각
탄핵심판의 막을 올린 헌법재판소가 재판부의 강력한 위상을 천명하며 신속하고 명쾌하게 재판을 주도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은 여러 법조항을 내세워 물리치고, 소추위원측에는 수사기록 확보 절차를 재촉했다. 박 대통령에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쟁점을 압축하는 등 탄핵사유를 살펴볼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음을 내보였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회 준비기일은 4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효율적이었다.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정미ㆍ이진성ㆍ강일원 재판관은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와 증인을 채택했다. 소추위원 측에서는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소추위원단 3명과 대리인단 8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법률 대리인단 7명이 참석했다. 방청석은 취재진과 시민들 60여명이 가득 채웠다.
이정미 재판관은 먼저 양측이 제기한 절차적 문제를 정리했다. 소추위원단이 대통령 답변서를 유출한 데 대해 “형사소송법 제47조는 재판 시작 전에 소송서류 비공개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헌재의 수사기록 요청이 법률에 위배된다”며 낸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여러 법 조항을 들어 기각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헌재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나 사무처리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113조 제2항과 이를 구체화한 헌재법 제10조, 헌법재판(탄핵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 헌재법 제40조 제1항, 법원이 직권으로 공공기관에 자료요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72조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나중에 강 재판관은 “검찰이 탄핵심판의 원활한 심판을 위해서는 보내줄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자발적 제출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와 동시에 재판부는 소추위원단이 검찰 등에 기록을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수사기록 확보 문제를 돌파하고 있다. 이정미 재판관은 소추위원단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제출받을 수사기록을) 지정해야 한다. (범위를) 특정해서 알려주면 오늘이라도 송부촉탁서를 보내겠다”고 재촉했다. “소추위원과 대리인들이 바로 신청해서 신속하고도 집중적인 변론기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만약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기록 사본을 내지 않으면 주심인 강 재판관이 직접 가서 기록을 보고 복사해오는 서증조사 절차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당초 소추위원측이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명시한 헌법위배 행위 5가지, 법률위배행위 4가지 등 모두 13가지 탄핵사유는 5가지로 압축했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최순실 등 비선 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국가 원리 위배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소송법 위반 등 유형별로 정리한 뒤 양측 동의를 얻었다.
다만 소추위원측이 “탄핵심판이 신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헌재가 직권으로 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는 “탄핵절차도 소송법의 대원칙에 따라서 당사자주의가 원칙”이라며 “변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직권탐지주의는 곤란하다는 점을 유념해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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