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향하던 비행기서 소란
현지 법원 넘겨져 처벌받아
한국경찰, 마약 의혹조사 방침
대한항공 기내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임모(34)씨가 지난 9월에도 같은 혐의로 베트남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내 난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일부 항공사 직원과 네티즌들이 제기한 임씨의 마약 투약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경찰대 등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9월 인천공항을 떠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기내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승무원에게 체포됐다. 임씨는 노이바이공항에 도착한 뒤 베트남 경찰에 넘겨졌고 현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대한항공 측은 국내에서 임씨를 상대로 민ㆍ형사상 소송도 제기했고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지난 20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임씨가 앞서 여러 차례 기내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한항공 사무장급 승무원 A씨는 “임씨는 자주 술에 취해 프레스티지석에 탑승했고,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 웬만한 승무원들은 다 알만큼 악명이 높다”며 “임씨를 잘 모르는 후배들에게는 ‘조심하라’고 따로 조언까지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20일 노이바이공항발 대한항공 KE480편에서 객실 사무장 박모(36ㆍ여)씨 등 승무원과 승객을 때리고 침을 뱉는 등 2시간 가량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공항 라운지에서 술을 마시고 탑승했고 기내에서도 위스키를 2잔 반 가량 마셔 취한 상태였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임씨를 아무런 제지 없이 탑승시킨 것도 모자라 술에 취한 상태라는 것도 파악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항공사 측이 별도 관리하는 문제 고객 리스트에도 올라있지 않았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도 발권 제한 등은 불가능하지만 서비스 제공 등에 제약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항공업계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임씨에게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탑승 전에 올라오지 않았다”라며 “블랙리스트(문제 고객)에도 올라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임씨에게 23일 오후 1시까지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임씨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출석 일정을 협의하겠다”면서 출석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인터넷에 공개된 임씨가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상을 본 네티즌과 일부 항공사 직원들이 제기한 임씨의 마약 투약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기내에서 체포된 임씨를 인계 받을 당시 팔에 주사 자국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마약 투약을 의심할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주사가 아닌 흡입 등의 형태로 마약 투약이 가능한 만큼 소변검사 등을 통해 투약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임씨)가 조속히 출석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여부는 조사 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임씨가 술에 취해 조사가 어렵다고 보고 별다른 조사 없이 불구속 입건한 뒤 가족에게 인계해 귀가시켜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인 D물산 대표의 둘째 아들인 임씨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공장이 있는 베트남을 자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최근 5년간 항공기 기내 난동 발생 현황
자료: 국토교통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