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에 태양광 시설 첫 도입
아파트 베란다에 모듈 설치 유도
내년 ‘태양광 실증단지’도 들어서
국내 기업들의 제품 테스트 가능
2030년에 250㎿ 발전시설 목표
“세계적 태양광 도시로 조성 계획”
겨울 치고는 제법 따뜻했던 지난 15일 오전.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 방음터널 위에는 빼곡히 늘어선 태양광 모듈(집열판)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방음터널 양 옆으로 설치된 구조물 위에 타원형으로 설치된 태양광 모듈은 거미줄을 연상케 했다. 2.4㎞ 구간의 이 방음터널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가로 2m, 세로 1m)은 8,700여개에 달한다. 모듈을 통해 흡수한 태양광은 전기선을 통해 빛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인버터를 거쳐 한국전력공사로 보내진다. 그렇게 이 방음터널 위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하는 전기 용량은 모듈 1개당 315W씩 총 2,743㎾에 이른다.
행복도시 첫마을(한솔동) 방음터널 위에도 조만간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가 시작된다. 총 20억원을 들여 설치하는 발전시설 규모는 995㎾로 연간 1,271㎿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350여가구가 사용 가능한 양이다. 동시에 597톤의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 행복청은 내년에 공모를 통해 2-1생활권 방음터널 상부에도 45억원을 투입, 2,000㎾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시설을 통해 연간 1,993㎿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능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녹색에너지환경과장은 “방음터널에 태양광 시설을 도입한 것은 행복도시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첫마을 방음터널에는 구조진단을 한 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고, 이후부터는 방음터널 설계단계부터 태양광 시설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행복도시 첫마을 입주 1년이 지난 A아파트에선 가가호호 베란다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태양광 모듈이 설치된 아파트는 1생활권에서만 24개 단지나 된다. 행복청이 공동주택 신축공사 승인 신청을 받을 때 태양광 발전시설을 도입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해당 공동주택단지에선 태양광 발전시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행복청이 지난 6월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운영현황 조사 결과 1개 단지당 평균 57㎾를 설치해 연간 7만3,00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연간 800만원을 아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톤 정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 남측에 자리잡은 수질복원센터B 건물 2층 난관에는 낯선 태양광 발전시설이 눈에 띄었다. 바로 다양한 색상은 물론, 디자인까지 가능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 받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였다. 이 태양전지는 지하주차장 진입램프 구간 창호(720W)에도 설치돼 있었다. 건물 1층에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었다. 정래화 행복청 녹색에너지환경계장은 “발전량이 많진 않지만 환경은 물론, 전력 절감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기존의 태양광 시설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시각적으로도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종청사 공공용지(1만4,000여㎡)에 최신 태양광 제품의 해외수출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인 ‘태양광 실증단지’가 들어선다. 국내 최초로 조성하는 실증단지는 세계 네 번째 규모(1.5㎿)다. 이 곳에선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된 제품을 사용화하기 전 일정 기간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해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미국과 독일, 일본에선 이미 실증단지를 구축해 태양광 기술에 대한 검증과 산업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태양광 셀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면서 경쟁이 가속화하는 데다 3년 후 태양광기술 인증제가 도입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대비한 것이다.
실증단지가 구축되면 국내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태양광 시설을 테스트해 수출계약 협상에 활용하게 돼 향후 국내 태양광 수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실증단지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적극 도입하는 행복도시에 딱 맞는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곳에서 생산한 전력 일부를 인근 학교와 사회복지시설에 공급해 동ㆍ하절기 전기요금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3단계로 나눠 국내 최고의 계획도시로 건설되는 행복도시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보편화된 태양광 발전시설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대폭 줄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공동ㆍ단독주택은 물론, 공공건축물, 방음터널, 자전거도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어서 있다.
자전거도로의 경우 행복도시~대전 유성 구간 및 1-1생활권에 2,075㎾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자전거도로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행복청을 방문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직원들은 자전거도로의 태양광 설비에 큰 관심을 보이며 벤치마킹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행복도시 폐기물매립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도 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서 해당 시설 운영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전국 최대의 인공호수공원인 세종호수공원 주차장에도 999㎾급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연간 1,181㎿의 전기를 만들고 있다.
행복청이 2030년까지 목표한 태양광 발전시설 규모는 250㎿에 이른다. 이는 행복도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4% 규모다. 올 9월 말까지 완료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목표 대비 7.7%인 19.2㎿다. 이 시설을 통해 행복도시에선 연간 6,7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2만5,837㎿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한 전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공공ㆍ단독주택 등을 제외해도 연간 35억5,300만원 어치나 된다.
이 과장은 “행복도시를 에너지 자족도시로 구현하기 위해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종 시설물을 활용한 태양광 특화사업을 발굴해 행복도시를 세계적인 태양광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세종=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