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등장하면서 공교롭게 ‘경기고 시대’가 열렸다. 대통령 궐위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국무위원 1~5 순위 모두 경기고 출신인데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경기고 출신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당장 정우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부터 황 권한대행과의 학연을 숨기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2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황 권한대행과의 만찬 회동 자리에서“다행히 권한대행과 저는 고교와 대학 학연을 갖고 있어 지금 보기에도 명콤비로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난국을 극복해가는 데 콤비 플레이를 해보자”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경기고 68회로 72회 졸업생인 황 권한대행의 4년 선배다. 두 사람은 대통령 권한대행과 여당 원내대표로 만나기 이전부터 고교와 대학(성균관대 법대) 선후배 관계를 바탕으로 자주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이 이끄는 현 내각 역시 ‘경기고 밭’이다. 특히 헌법 72조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 됐을 때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데, 권한대행 상위 순번 다섯 사람이 모두 경기고 출신이다. 정부조직법 22조와 26조에 따른 국무위원 순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이준식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 순으로 유 부총리는 70회, 이 부총리는 68회, 최 장관은 67회, 윤 장관은 68회 경기고 졸업생이다. 경기고 72회로 막내 격인 황 권한대행이 직제상 가장 높고 가장 선배인 최 장관이 후순위로 있는 등 학번과 직제가 대체로 반비례하는 점도 눈에 띈다.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 가운데 유독 경기고 출신들이 많은 점도 흥미롭다. 1960년 4·19 혁명 정국에서 허정 당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등 헌정 사상 모두 8명이 권한대행직을 맡았다. 이 가운데 최규하(33회), 고건(52회) 전 총리가 경기고 출신이다. 황 권한대행을 포함해 3명의 경기고 출신 권한대행이 배출된 셈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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