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신화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종로서적’이 되돌아온다.
출판계에 따르면 서울 공평동 종로타워 지하2층에 종로서적이 23일 다시 문을 연다. 다른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있던 자리다.
종로서적은 자그마한 목조건물 기독교서점 ‘예수교서회’로 1907년 종로2가에 문을 열었다. 이후 국내 최대 서점을 발돋움하면서 문화공간이자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한정된 공간에 어마어마한 책을 쌓아둔 종로서적은 한때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이용되기도 했다. ‘독자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최초로 기획했을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로 책을 만들기도 하고, 대학로에 지점도 내고, 인터넷 서점을 제일 먼저 여는 등 동네책방 수준이던 서점을 현대적 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인근 교보ㆍ영풍문고도 설립 초기 종로서적 출신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다 인근 서점 뿐 아니라 인터넷 서점들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독자 수가 차츰 줄어들면서 2002년 최종부도 처리됐다. 출판계에서는 그 때 이후 종로서적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는 “그 때 종로서적 살리기 운동을 벌이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된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로서적 부활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여는 종로서적은 옛 종로서적은 아니다. 위치도 달라졌을 뿐 아니라 운영진도 영풍문고 임원 출신인 서분도 대표가 ‘종로서적판매’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매장은 여성독자들의 취향과 요즘 서점 트렌드를 고려해 북 갤러리, 트렌드 존 등을 설치해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새로운 독서공간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기대가 크다”면서도 “시대적 상황이나 분위기가 다른 만큼 종로서적이 예전의 상징적 장소로 거듭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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