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경영상 법적 책임을 지는 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비율이 최근 4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의 책임경영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발표한 ‘2016년 대기업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그룹 계열사 918개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17.8%(163개사)에 불과했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비율은 현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12년 27.2%에서 2013년 26.2%, 2014년 22.8%, 지난해 21.7%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그룹 총수가 직접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올해 5.2%(48개사)에 불과했다.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전체의 8.0%(73개사)에 그쳤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중공업(0.0%), 미래에셋(0.0%), 삼성(1.7%), 한화(1.8%) 순으로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비율이 낮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등기이사는 상법상 무거운 경영 책임을 져야 하고 보수도 공개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아 이사 등재를 꺼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총수 일가의 경영 독주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5년 4월 1일~2016년 3월 31일) 165개 상장 대기업 계열사 이사회에 오른 안건 3,997건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ㆍ기권 등 ‘찬성이 아닌 의견’을 낸 경우는 16건(0.40%)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단 2건이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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