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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맞춰 무리하더니… 한국형 우주발사체 시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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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맞춰 무리하더니… 한국형 우주발사체 시험 연기

입력
2016.12.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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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2020년 달에 태극기 꽂겠다”

학계 반대에도 1년 앞당겨 추진

현장에선 기술적 난관 잇따라

시험 발사 2018년 10월로 늦춰

본 발사 일정도 뒤처질 가능성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드는 로켓인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시험 발사가 2017년12월에서 2018년 10월로 연기됐다. 당초 2018년 12월 일정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임기에 맞춰 2017년 12월로 앞당겨졌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우주 과학 기술 개발 일정마저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무리수를 쓴 데 대한 비판이 적잖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2일 제1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발사체의 시험발사를 10개월 늦추는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2020년 6월로 1년 앞당겨진 본 발사 일정도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형 발사체는 지난 2013년 러시아 기술을 들여와 만든 나로호 발사 이후 독자적인 우주 기술 확보 필요성에 따라 개발 계획이 입안됐다. 과학계는 당초 2018년 12월 시험발사 후 2021년 본발사에 도전하겠다는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시험발사는 2017년 12월, 본발사는 2020년 6월로 못박은 뒤 애초 2025년 개발을 완료하려던 달 착륙선까지 2020년 한국형 발사체에 실어 보내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결국 2013년11월 ‘한국형발사체 개발계획 수정안’을 통해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시험발사와 본발사 일정을 1년 앞당겼다. 너무 촉박하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은 그대로 묻혔다.

지난달 29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5톤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이 엔진을 실은 한국형 발사체가 2018년 10월 시험발사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9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5톤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이 엔진을 실은 한국형 발사체가 2018년 10월 시험발사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9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5톤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이 엔진을 실은 한국형 발사체가 2018년 10월 시험발사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9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75톤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이 엔진을 실은 한국형 발사체가 2018년 10월 시험발사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러나 이후 개발 현장에선 학계의 예상대로 난관이 잇따랐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인 75톤 엔진 개발이었다. 75톤 무게의 물체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는 추력을 내는 엔진은 초당 240㎏의 연료를 태워야 한다. 200리터 드럼통에 담긴 연료를 1초만에 태워 없애는 셈이어서 내부 에너지 밀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때 연소실의 압력과 진동이 커진다. 이러한 연소 불안정이 있으면 발사체가 우주에 올라가지 못하고 폭발할 수도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비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연소가 지속되는지 시험발사 전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진제(연료, 산화제) 용기 제작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발사체가 지구 밖으로 날아가려면 자체 무게를 되도록 줄여야 한다. 발사체 내부에 들어가는 용기는 산업용 용기보다 훨씬 가볍고 얇다. 그런데 얇게 만들면 용접하는 과정에서 열 때문에 용기가 변형되는 일이 많다. 시험발사체에 엔진이나 추진제 용기, 각종 밸브와 부품 등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실제 발사 상황을 가정한 시험도 계속 해야 한다. 사실 2018년 10월 시험발사 일정도 빠듯하다는 게 현장의 토로다. 시험발사에 성공하더라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20년 달 착륙선을 실은 본발사가 가능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시험발사엔 75톤 엔진이 1기만 사용되지만 본발사엔 총 5기가 들어간다.

이날 국가우주위원회는 일단 시험발사만 연기하고, 2020년 본발사 일정은 조정하지 않았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 본발사 일정을 변경하기보다 일단 그대로 두고 향후 시험발사 결과를 본 뒤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발사 일정도 순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과학계의 지적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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