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의 3분의 1을 잃었습니다. 32년 흡연으로 구강암에 걸렸어요. 담배가 생각날 땐 기억하세요.”
증언 형식의 금연 광고가 14년 만에 다시 전파를 탄다. 보건복지부는 22일 흡연으로 구강암에 걸린 임현용(55ㆍ가명)씨가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는 금연 광고를 시작했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2002년 고 이주일씨가 등장하는 증언 형식의 금연 광고 이후 처음”이라며 “과거와 달리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흡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흡연 폐해를 피부로 느끼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른이 됐다고 우쭐해져 멋있어 보이려 담배를 피웠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흡연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음은 암에 걸려 혀의 일부를 잘라낸 탓에 어눌했다.
임씨가 인터뷰에서 밝힌 현실은 끔찍했다. 임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하루 한 갑 반씩 32년 간 흡연 한 후 3년 전인 52세에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목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구강암 확정 판정을 받았다. “입 안에 구내염이 생겨 음식 먹기가 불편했지만 체중 유지를 위해 먹어야 한다고 해 울면서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항암 치료도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암으로 고통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흡연의 폐해로 고통 받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임씨가 출연하는 40초짜리 광고는 그의 사연을 담담하게 풀어낸 뒤 “사람들은 금연 광고가 무섭다고 하지만 현실은 더 무섭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금연할 것을 권한다.
경고그림이 붙은 담배도 23일부터 시중에 나온다. 광화문, 여의도, 고속터미널 등 서울 지역 편의점 6곳에서 우선 판매되며, 내년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유통될 전망이다. 23일 이전에 담배공장에서 반출된 기존 담배들은 한 달 뒤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경고그림은 담뱃갑의 앞면과 뒷면 상단에 갑 면적의 30% 이상 크기로 경고문구와 함께 들어간다. 경고그림은 뇌졸중, 성기능장애, 심장질환, 폐암, 피부노화 등 흡연의 폐해를 드러내는 10가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