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2 또는 3대 1 조합 가능
우상호 “혼란스러울 것”
與 의석 개헌 저지선 아래로
비박 탈당파, 野와 손 잡으면
국회선진화법 적용도 변화
‘캐스팅보트’로 몸값 키울 듯
새누리당 비박계가 21일 집단 탈당을 예고하면서 국회가 4개 교섭 단체 체제로 바뀌고,정당 관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4당 체제는 1988년 13대 총선에 따른 민정당(125석) 평화민주당(70석) 통일민주당(59석) 공화당(35석) 이후 28년 만이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6개월 동안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3개 교섭 단체는 끊임 없는 수 싸움과 주고 받기를 해왔다. 3당 체제에선 2곳이 공동 보조를 취하면 나머지 1곳이 고립되는 묘한 정치게임이 반복됐다. 이를 감안하면 ‘비박 보수신당’의 등장으로 4당 당 간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 질 가능성이 높다. 4당 체제에선 2대 2, 또는 3대 1의 조합도 가능해진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혼란스러운 4당 체제가 될 것”이라며 “이해 관계에 따라 이당 저당이 붙고, 이 주제를 논의했다 다른 논의로 옮겨가는 현상이 되풀이하면서 국회가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선 의석수가 개헌 저지선(100석) 아래로 내려가면서 원내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때문에 국회의 정상 운영을 위해 당정 협의보다 여야정 협의가 더 필요해졌다.
2012년 만들어진 ‘안건조정제도’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등 국회선진화법 적용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법 57조 2항은 예산안ㆍ기금운용계획안처럼 국회 처리가 미뤄지면 혼란이 빚어질 안건을 빼고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최장 90일 동안 조정 기간을 가질 수 있어, 소수당이 민감한 현안을 미루는 방법으로 악용돼 왔다. 앞선 국정감사에서 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 특혜설립 의혹 해소를 위해 비선실세 최순실(60ㆍ수감중)씨20명을 증인 신청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비박 탈당파 의원들이 주요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을 맡고 있어 국회운영에 변화가 예상된다. 교문위의 경우 강길부 김세연 나경원 이은재 의원이 탈당하면 여당 소속은 13명에서 9명으로 줄어 전체 3분의 1(10명)에 못 미치게 된다. 새누리당 단독으로 안건조정위 구성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탈당 의원들이 민주당(12명) 국민의당(4명)과 손을 잡게 되면 여야 합의 없이 법안 처리가 가능한 패스트트랙 조건(5분의 3 찬성)까지 채울 수 있어, 새누리당은 속수무책이 된다. 다른 상임위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비박 신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캐스팅 보트를 쥐고 몸 값을 한껏 키울 것으로 보인다. 두당이 사안에 따라 새누리당 또는 민주당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비박 신당에는 권성동(법사위) 이진복(정무위) 김영우(국방위) 등 상임위원장도 3명이나 된다. 원내 1당이 유력해진 민주당이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각 당이) 대선을 겨냥해 이합집산을 하면 국회가 정상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과연 촛불민심의 개혁 요구를 국회에서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국회가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가장 큰 책임을 떠안을 상황이다.
비박 신당이 국민의당(38석) 규모가 되면 내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16억원이 넘는 경상보조금을 받고, 국회 내 당 대표실 등 사무 공간도 배정 받는다. 반면 새누리당은 보조금이 올 4분기 37억원에서 29억원으로 줄고, 사무 공간 일부도 비박신당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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