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보수·진보 다자구도 형성
비박 신당-국민의당 손 잡으면
민주 후보와 양자구도 가능성
김무성, 김종인·손학규 등과
개헌파 ‘빅 텐트’꾸려질 수도
민주당 “제 3지대는 신기루” 경계
국민의당 “바람직한 방향”기대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 선언으로 보수신당이 가시화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 판도가 복잡해졌다.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보수신당 출현을 빅뱅으로 보고 있다. 야당 비주류 세력들까지 가세해 ‘헤쳐 모여’에 나서면 제3지대 정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게 된다. 개헌을 고리로 한 ‘빅 텐트’가 쳐질 수도 있어, 보수신당은 야권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 총장은 선택할 또 하나의 정치세력이 나타나 여유 있는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 분당으로 원내 4당 체제가 형성되면서 차기 대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보수신당 입장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차지 대선 주자들을 다수 확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승부를 걸어볼 만해졌다. 특히 전통적 여권 지지층인 대구ㆍ경북(TK)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개혁성향으로 수도권에서 높은 호감을 사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합류로, 활력은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라는 확실한 ‘킹 메이커’의 존재는 보수신당의 향후 대선 행보에 힘을 싣게 하는 요소이다. 반면, 사실상 친박계 정당으로 쪼그라든 채 새누리당은 대선 주자가 없는 쭉정이 정당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보수신당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와의 반문ㆍ비문 연대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차기 대선 지형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기 대선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대항 주자가 맞붙는 양자 구도로 치러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친박계가 주도하는 새누리당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비박계를 향해서는 탈당을 전제로 한 연대 가능성을 거듭 시사해왔다. 안 전 대표와 개혁 보수를 지지하는 유권자 층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은 두 세력 간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보수신당 깃발을 든 비박계도 “친박ㆍ친문 패권정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 중심을 만들겠다”고 밝혀 비문 연대 가능성을 남겼다.
개헌을 고리로 한 ‘라운드 테이블’이 구성될 경우 차기 대선은 또 다른 형국을 맞게 된다. 김무성 전 대표와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 의원 등 개헌론자 상당수가 보수신당에 포진해 있다. 개헌론이 불붙을 경우 여권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물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까지 참여하는 말그대로의 ‘빅 텐트’가 쳐질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개헌을 전제로 범 보수진영 대연합을 구성해 연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과거 대선과 달리 상대를 압도하는 후보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탈당으로 제3지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야권 반응이 엇갈리는 것도 차기 대선의 손익계산이 다른 탓이다. 민주당은 여권 비주류 신당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으로 견제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ㆍ민주당 중심의 기존 양당구도의 붕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친박과 비박으로 나뉜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면죄부를 얻을 순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사람들이고 그런 역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반성을 먼저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분당을 계기로 이러저러한 이합집산에 대한 예측이 나오는데, 과거 사례를 봐도 제3지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박계 탈당에 대해 “국가적으로 정치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새누리당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다른 당으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분간이건 앞으로건, 비박들과 우리가 연대 혹은 연합한다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비박 의원들의 탈당 결심은) 애국의 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친박 지도부와 대화를 거부했지,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비박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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