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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승마코치 등 10여명 명의로 유령회사 500개 … 독일 검찰 “범죄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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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승마코치 등 10여명 명의로 유령회사 500개 … 독일 검찰 “범죄 조직”

입력
2016.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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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일가 보필한 데이비드 윤 등

30여년 넘게 관리한 인맥 이용

페이퍼컴퍼니 세워 자금세탁 혐의

비덱ㆍ더블루K 설립 과정과 유사

일부 회사는 투자 사기 수법 사용

최씨 모녀 등 獨 검찰 블랙리스트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 딸 정유라(20)씨 등 일당이 무려 500여개나 되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거액의 자금을 차명 보유할 수 있었던 건 10여명의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본인과 정씨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조력자 명의로 회사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독일 사정당국에 최씨 일당 10여명의 차명 의심 계좌 거래내역ㆍ통화내역ㆍ출입국 기록과 독일 현지 재산 동결, 페이퍼컴퍼니들의 설립 과정 및 재무제표 자료를 요청한 것도 이를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최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가담한 일당은 정씨의 독일 현지 승마코치로 알려진 크리스티앙 캄플라데(52) 비덱스포츠 대표와 그 지인들, 17년간 독일에서 최씨 일가를 보필해 ‘독일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48ㆍ한국명 윤영식),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 10월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해 최씨를 만나고 돌아온 최씨의 차명 회사 대표 김모(56)씨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교포와 현지인, 한국인 등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어스포츠 인터내셔널 설립을 주도한 박승관(45) 변호사도 포함됐다.

이러한 최씨의 인맥은 최씨가 30년 넘게 관리하며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초이유치원을 세우기 전 독일을 자주 왕래하며 독일 유학생이나 교민 등을 통해 인맥을 쌓고 관리했다고 한다. 최씨는 지난해에도 여름 휴가를 독일로 가는 등 80년대 이후 꾸준히 독일을 찾은 것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최씨는 이 중 믿을 만한 이들의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조직적으로 자금 세탁을 한 것으로 독일 검찰은 보고 있다. 독일 수사기관이 최씨 모녀 등을 범죄조직의 수괴로 보고 중요 범죄자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도 오랜 기간 조력자들과 유대 관계를 쌓은 이들이 사실상 범죄조직으로 비화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씨 측은 수백개의 차명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정 당국의 눈을 피해 자금 세탁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스포츠ㆍ부동산ㆍ컨설팅 등 다양한 테마의 유령회사를 만들었는데, 자금 세탁이 용이한 업종으로 통한다. 이들은 비교적 소액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만들어 설립 요건을 갖춘 뒤 이 돈을 그대로 빼내 또 다른 회사를 만드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독일 수사기관은 보고 있다. 이들 간 연결고리는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자금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들 회사 중 일부는 아무 관계가 없는 회사들을 보유한 것으로 광고한 뒤 투자를 유치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독일 사정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차명 페이퍼컴퍼니 설립 행태는 비덱과 더블루K 독일 법인 설립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비덱의 뿌리는 마인제959라는 회사다. 마인제959는 지난해 7월 현지인을 내세워 2만5,000유로(3,000여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한달 뒤 회사명을 코레스포츠 인터내셔널로 바꾸었고 최종 비덱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회사의 지분은 박 변호사에게 넘어갔다가 최씨와 정씨가 100% 인수했다. 이 회사는 독일 내 유령호텔 ‘비덱타우누스호텔’을 사들였다. 최씨의 스포츠컨설팅회사인 더블루K 독일 법인의 자본금과 지분구조 역시 비덱과 정확히 같다. 상당수의 페이퍼컴퍼니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연합(EU) 소속 국민이 아니면 회사 설립 요건을 갖추기 까다롭기 때문에 차명으로 회사를 만든 뒤 나중에 지분을 인수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한국의 특검팀과 독일 수사기관들은 사법공조를 통해 이들 회사의 자금 출처와 흐름 등을 파악 중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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