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명 안팎 탈당 할 듯… 내년 1월 안 창당 목표
“새누리당으론 조기대선 못치러” 의원 설득
반기문 영입 땐 충청권 의원 추가 합류 가능성
“개혁” 가치로 뭉친 보수당은 처음 의미도
새누리당의 분당은 보수당 다자시대를 의미한다. 새누리당의 뿌리인 공화당이 1963년 출범한 이래 53년 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규모의 집단탈당은 처음 있는 일이다. 거기다 탈당한 비박계가 만들 보수신당은 보수 대개혁을 주창하고 있어 기존의 보수 표는 물론 중도층 표까지 흡수하면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계개편을 포함한 정치권 지각변동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21일 비박계가 밝힌 탈당 결행 시점은 27일이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주말에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구민과 당원들에게 뜻을 전하고 이미 결의한 의원들 외에 다른 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할 시간을 고려한 시한”이라고 설명했다. 비박계는 내년 1월 내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까지 비박계가 의사를 확인한 탈당 의원은 35명 안팎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도보수층이 많은 수도권 의원이 15명으로 가장 많다. 영남권인 부산ㆍ경남(PK)도 10명에 달한다. PK는 전체 의석(40석) 중 야권이 11석을 차지한 지난 4ㆍ13 총선 결과로 민심의 이반이 확인된 데다 이 지역 맹주인 김무성 전 대표가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다.
비박계는 개혁 성향의 차기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탈당 결심으로 중립지대 의원들의 합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의당(38석)을 뛰어넘어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미 새누리당을 나간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등 전ㆍ현직 탈당 의원모임도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비박계와 ‘합체’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비박계 양대 축인 김무성ㆍ유승민 두 의원은 직접 물밑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탈당파가 아직 결심하지 못한 중립지대 의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지금의 새누리당이 보수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것이다. 보수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 의원은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무죄를 주장하는데 새누리당이 인용(認容)을 전제로 미리 조기 대선을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탈당파에 합류하면서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도 못내는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공략 포인트다. 온건파 친박인 주광덕 의원이 탈당을 만류하러 이날 비박계 회동에 참석해 “당에서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김 전 대표는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정당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며 “보수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할 게 뻔한데도 남아있을 생각이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탈당 계기도 남아 있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보수신당행을 결정한다면, 정진석 의원 등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이 추가 탈당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이 코 앞에 닥쳐 새누리당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판단이 서면 마지막 탈당파가 합류하면서 신당이 의석 수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1차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보수의 아성인 서울 강남벨트를 잃었다. 결국 막판에는 대구ㆍ경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강성 친박들만 남아 ‘순도 100%의 친박 자민련’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보수 분열의 시기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어느 한 쪽에 흡수 통합되거나, 당대당 통합을 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번 분당 사태가 일시적 분가(分家)로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보수의 재편 또는 질적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비박계가 준비하는 신당은 특정 거물 정치인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라며 “보수당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정당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비박계 주도 보수신당의 정치실험이 여론의 호응을 얻을지가 이번 분당 사태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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