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행장 김도진 현 부행장 유력
금융위, 이번주 임명제청 방침
노조 “현 정부 실세에 줄 댄 인사”
당국 “사실 파악 안된 루머” 반박
예탁결제원 등 다른 공기업
후속인사에도 파급 가능성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차기 행장 인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내부 인사인 김도진 현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이 사실상 낙점돼 공식 임명 절차만을 남겨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현 정부 실세 등에 줄을 댄 인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장 인선 결과는 향후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선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선주 현 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 만료되는 만큼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내로 새 기업은행장 후보의 임명을 황 권한대행에 제청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황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뜻을 내비쳤다.
금융당국은 김 부행장과 김규태 전 전무이사 등 내부 출신 인사 2명과 금융감독당국 출신 외부인사 1명 등을 놓고 고심하다 김 부행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은행장 인사에 정통한 금융계 고위 인사는 “금융당국이 김 부행장 임명을 제청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 부행장 등이 내부인사임에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추천된 사람들의 배후에 현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는 인사권자가 불분명한 탄핵정국의 어수선한 틈을 타 자기 사람을 꽂겠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특히 김 부행장이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큐브인사이트의 이모 사장을 배경으로 청와대와 금융위 등에 줄을 댔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큐브인사이트는 공중전화 부스에 기업은행 자동화기기를 접목하는 ‘길거리 점포’ 사업을 10년간 독점한 업체로 현 전 수석은 2013년부터 1년 여간 자문위원을 맡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조가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밀기 위해 여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 한 인사는 “노조측이 사실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루머들을 적극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 권선주 현 행장이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여전히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국 안정을 추진해야 할 때 총력 투쟁을 예고한 노조의 반발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데다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야권의 거세지는 비난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기업은행장 선임 결과를 둘러싸고 잡음이 강하게 인다면 황 권한대행 체제에서 후속 금융공기업 인사도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공기업 인사도 줄줄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2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병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사장으로 확정할 예정이며,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수출입은행장 등의 임기가 차례로 돌아온다. 민영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우리은행장 역시 정부가 인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