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제천시가 청풍호변에 영화ㆍ시나리오 작가들의 창작활동 단지를 만들려던 사업이 제천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추진 4년 만에 사실상 무산됐다.
국비까지 따놓은 지역 최대의 문화예술 현안 사업이 좌초되면서 해당 지자체의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제천시는 20일 열린 제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제3회 추경예산에 편성된 ‘스토리창작 클러스터’예산 105억원 전액이 삭감됐다고 21일 밝혔다.
시의회는 찬반 표결을 할 것이란 애초 예상을 뒤엎고 만장일치로 예결위 삭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제천시는 “이해할 수 없는 예산 삭감으로 정부지원 사업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비쳤지만, 사실상 이 사업은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된 마당에 현실적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법은 없다”고 사업 무산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 62억원, 도비 31억원이 이미 배정된 상태다. 제천시는 이중 8억원을 용역비로 사용했다.
앞으로 제천시는 남은 사업비를 반납하고 사업 포기를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창작 클러스터는 도와 제천시가 함께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도와 시는 풍광이 수려한 청풍호 주변에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이 몰려들자 청풍호변에 이들을 수용할 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모두 229억원(국비 114억 5,000만원, 도ㆍ시비 각 57억 2,500만원)을 들여 시나리오 작가 창작활동 공간을 마련하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단독주택 형태의 집필실 10동, 교육ㆍ연수시설 4동, 게스트하우스 4동을 짓고 예비 작가를 교육하는 연수시설과 영상자료실, 세미나실, 공연장, 전시관 등 부대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초기부터 흔들렸다.
2013년 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운영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기본ㆍ실시설계비가 전액 삭감될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통과했다.
2014년 이근규 시장이 취임한 직후엔 전면 백지화 방침이 세워졌다가 두 달여 만에 다시 원안 추진이 결정되는 등 사업은 갈지자를 그렸다.
이후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됐지만 제천시의 미숙한 행정으로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업 예정지인 청풍면 교리 시유지가 국토이용관리법상 보전관리 지역이어서 교육·연수 시설을 지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시는 애초 클러스터 예정지를 금성면 성내리 왕건촬영지로 정했다가 교리 시유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 검토에 소홀해 화를 자초했다.
올해 초 공사 발주 직전에 이런 사실을 발견한 제천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관련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둘러싸고 시의회와 정면 충돌하면서 사업은 원점을 맴돌았다.
한필수 도 문화예술과장은 “예산 확보 실패로 제천에서 사업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먼저 문체부를 설득한 뒤 다른 시ㆍ군의 신청을 받아 사업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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