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격 지침, 베를린서 응답”
獨, 체포 용의자 증거 불충분 석방
“직접 지령 가능성은 낮아” 목소리
IS 선동 추종자 범행 가능성 제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시장에서 발생한 트럭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서 독일 당국이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테러에 사용된 트럭에서 20대 튀니지 남성의 독일 임시 체류증를 발견하고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범행 이틀이 지나도록 용의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어서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IS는 이날 연계 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IS 격퇴전에 나선 연합국 시민을 공격하라’는 지도부의 지침에 IS의 한 전사가 베를린에서 응답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CNN 테러 전문가 폴 크뤽생크는 “IS 성명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IS도 성명 발표에서 테러범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독일 경찰은 테러에 이용된 트럭 안에서 발견된 폴란드 국적의 남성 시신은 트럭 운전기사이며 테러범에 의해 납치 된 뒤 공격 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희생된 트럭 운전기사인 루카스 우르반(37)의 사촌 아리엘 주라브스키는 “얼굴은 부어 있었고 피가 흘렀다”며 “얼굴 상처를 보면 우르반이 살기 위해 싸운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그의 직장 동료는 “우르반은 키 183㎝, 몸무게 120㎏으로 누구도 혼자서는 제압할 수 없다”며 범인이 두 명 이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경찰은 트럭에서 확보한 이민자와 관련된 서류를 통해 튀니지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영국 BBC는 트럭 운전석 아래서 임시 체류 허가증을 발견했으며 이름은 ‘아니스 A’라고 보도했다. 다른 독일 현지 언론들은 이 남성이 21~23세로 세개의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4월에 독일 망명을 신청했으며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임시 체류증을 발급 받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벨기에, 네덜란드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차로 이동하는 시간도 6시간에 불과해 이미 독일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범인 체포가 답보된 상태인 가운데 IS의 선동에 넘어간 추종자, 이른바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안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트럭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한 테러는 사전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롤프 토프호벤 위기예방기구(CPI) 소장은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위험 방지 차원에서 유럽의 모든 차량에 대한 검문이나 시장 폐쇄와 같은 초치는 불가능하다”며 “테러 공격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테러 공포가 고조되며 영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유럽 국가는 주요 도시에 경찰을 투입하면서 경계 태세를 바짝 높였다.
유럽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반발도 쏟아졌다. 최근 독일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당수는 성명을 내고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 때문에 독일의 안전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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