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난민 포용정책을 펼쳐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트럭 테러의 후폭풍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야권이 맹공을 퍼붓고 있어, 메르켈 총리의 4선 가도에 암운이 드리워졌다는 관측이다.
메르켈 총리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독일에서 보호와 망명을 신청했던 사람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포에 마비돼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비록 어려울지라도 독일은 자유와 개방, 함께 사는 삶을 유지할 힘을 찾을 것”이라고 연대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독일 내 반(反)난민 여론은 더욱 들끓는 모양새다. 선봉에 선 극우 대안당의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는 “테러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지난 1년 반 동안 독일에 체계적으로 수입됐다”며 “독일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마저 등을 돌렸다. 호르스트 제호퍼 기독사회당 대표는 테러 직후 “우리는 희생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현 이민정책과 보안정책을 재고하고 변경할 빚을 졌다”고 말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빌트지의 니콜라우스 블룸 부편집장은 ‘동정심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제목의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 사건은 독일 정부에 정치적 재앙이고, 메르켈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올 해 메르켈 총리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자신과 가까운 지도자들이 포퓰리즘에 굴복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다음 선거는 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테러가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여전히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고 논란의 난민 정책도 강화되던 추세였다는 것이다. 대항마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요 풍케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는 “독일의 유권자들은 텅 빈 약속이 아닌 실천가능한 정책에 기반해 투표할 것”이라며 “대안당에는 실질적인 테러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국민의 90%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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