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ㆍ마케팅업체 대표 등 6명 적발
행사 열어 개인정보 빼돌려 악용
직원이 서점 돌며 매집서 진화
마케팅업체에 의뢰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출판사 대표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과거 순위 조작을 위해 출판사 직원들이 직접 서점을 돌며 책을 사재기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수법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마케팅업체가 자사에서 출간한 도서를 대량 구입하게 해 유통질서를 훼손한 혐의(출판문화산업진흥법 위반)로 출판사 대표 이모(64)씨 등 4명과 마케팅업자 최모(38)씨 등 2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 마케팅업자들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년간 온라인 무료도서증정 이벤트를 진행해 당첨자 개인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활용해 출판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알라딘과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 4개 출판사의 11종 도서 1만2,000권을 사들였다.
대량 구매된 책 대부분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5,110여권으로 가장 많은 사재기를 한 이씨 출판사의 한 번역서는 베스트셀러 순위 200위권에서 단숨에 3위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벤트 당첨자 이름으로 책을 주문하면 판매량이 개인별로 집계돼 판매 순위가 상승하고 적발이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최씨 등은 사재기 대행 대가로 권당 1,500~2000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출판사들이 제3자를 통한 변종 온라인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2014년 7월 서점을 돌며 책을 대량 구입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관련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23조는 간행물 저자 또는 출판사 대표, 종업원 등이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간행물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사재기에 투입된 도서 판매대금의 50~60%는 다시 출판사로 회수되고, 나머지 금액도 신문광고 등 정상적 홍보비용보다 적게 들어 출판사 관계자들이 마케팅업자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 갔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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