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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뿐인 동료교사 등수 매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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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뿐인 동료교사 등수 매기라니…

입력
2016.12.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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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도입된 교원 다면평가

친분 따라 점수 주는 등 파행

성과급제 연동되며 교사들 불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동료라도 겨우 얼굴만 알고 지내는 교사를 무슨 수로 평가해 등수를 매기란 말인가요.”

동료 교사끼리 서로 근무 성적을 평가해 순위를 정하도록 하는 방식의 다면(多面)평가가 올해부터 성과급제와 연동되면서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평가 대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묻지 마’ 평가로 전락하기 일쑤인 데다, 점수에 따라 등위를 정하는 대신 거꾸로 순위에 맞춰 점수를 주는 파행마저 빚어지고 있다.

20일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가 공개한 서울 지역 42개 초중고교 교사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를 보면, 교원 다면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은 비판 일색이다. 서울지부는 14~15일 소속 교사들에게 서술형 답변을 구하는 방식으로 현행 다면평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가장 많은 지적은 50명 넘는 교사들이 근무하는 대규모 학교의 경우 동료 교사들을 일일이 상대 평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면평가에 따른 근무성적평정은 3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평가단(團)이 전체 동료 교사를 대상으로 영역별 점수를 매겨 그 결과에 따라 순위가 정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화 한 번 안 해본 교사들이 많은데 어떻게 그들의 수업 평가까지 하나”, “1년을 가르쳐도 학생 50명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게 가능하지 않은데 어떻게 교사들의 순위를 매길 수 있나” 같은 반문이 제기됐다.

이런 사정 탓에 애초 공정한 평가를 바라기 어렵다는 회의감도 교사들은 내비쳤다. “정보 없이 정성(定性)평가를 하다 보면 결국 친분 있는 교사들은 상위, 잘 모르는 교사는 중간, 갈등 관계인 교사는 하위에 집어넣지 않겠냐”는 것이다.

파행도 속출하고 있다. 교사들에 따르면, 등수를 먼저 입력하면 역으로 점수가 자동으로 산출되도록 하는 식의 편법을 쓰는 학교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승진을 앞둔 부장 교사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 위해 교감이 편파적인 기준을 만들었다가 교직원 회의에서 부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평가단 구성도 논란거리다. 당초 승진 고과 평가 기준으로만 활용되던 다면평가 결과가 올해부터 성과급에까지 반영되면서 부담을 느낀 종전 평가단 소속 교사들이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히기 싫다면서 그만두는 일이 잦아진 것이 발단이다. 이를 빌미로 일부 학교가 교감과 부장 교사 등 간부들로 평가단을 꾸렸다가 “충성도 평가로 변질될 수 있다”는 평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모든 교사가 모든 교사를 평가하는 방식이 대다수 학교에서 채택되는 분위기인데, 서울지부 관계자는 “교사 수만큼의 순위 목록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평균한 값으로 학교가 교사별 등수를 매겨 객관성을 가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채홍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다면평가는 교사의 직종 특성상 동료 교사의 평가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2008년 도입한 것”이라며 “평가를 안 할 순 없는 만큼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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