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 국민적 지지를 확인하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반 총장은 20일 낮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보고 배운 게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몸을 불사를 것’이라고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자, “내 말을 잘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새누리당 입당 등 구체적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귀국 후 상황을 보고 정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거론되는 ‘반기문 재단’ 설립 문제에 대해 “아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귀국 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이라며 “우선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반 총장과의 일문일답.
_한국의 새누리당 일각에서 반 총장이 귀국 후 당의 분열을 수습하고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세계 정세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안보와 경제 사회발전을 하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 저의 그간의 경험을 국내에 들어와 활용하는 게 어떠냐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 국민들이 ‘선정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쌓였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제가 지금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법을 할지 깊이 고뇌하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깊이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의 정치 상황이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1월 중순 귀국 후 각계 지도자 특히 국민 여러분의 의견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정치를 하는 분들에 대한 불만과 실망, 좌절을 느끼는 것 같다. (최종 출마 여부는) 국민 여러분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_한국에서는 반 총장이 중간지대에서 창당한다는 설이 있다. 또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어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배신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남의 신뢰를 얻지 않고 사무총장이 됐겠느냐. 노무현 정부 밑에서 일하기 전에 노 전 대통령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생면부지였다. 외교보좌관으로 발탁하시고 외교장관에 임명해 주셨다. 노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건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며, 정치적 공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2011년 참배했다. 언론에는 보도가 많이 안됐지만 서울에 가는 계기나 매년 1월초 늘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한다.”
_중간지대 창당에 대해 말씀해달라.
“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 열 하루 남았고 대외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어떤 계기가 되든지, 만약에 국민의 복리 민생에 대해 필요하다면 몸 사리지 않고 할 각오다. 내년에 일흔 셋이어서 쉬라고 하는 소리도 있는데, 건강이 받쳐주는 한 일할 용의가 있다.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는 잘 모르겠다.”
_국민들의 의사가 중요하고, 어떤 일도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국민들이 원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
“지금 현재 말씀 드릴 수 없는데. 잘 해석을 해서 들으면 알 것이다. 제가 보고 배운 게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몸을 불살라서 일하겠다. 어떻게든 제가 귀국 후 국민들을 만나서 의견을 들어볼 것이다.”
_사무총장 10년 임기 중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공감한다. 취임할 때 북한을 방문해서 한반도 긴장완화 화해를 도모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마련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름 대화 채널유지하고 노력했다. 그러나 세 번에 걸친 방문기회가 북측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됐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는 남북관계를 따져보면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나를 유엔 사무총장보다 한국의 고위직으로 더 신경 쓰는 인상이다. 지금 세계는 과학ㆍ통신의 발달로 한 세상이 되어 있다. 21세기에 오직 북한만이 핵개발ㆍ탄도미사일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_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 여부와 만난다면 어떤 충고를 줄 것인가.
“11월11일 트럼프와 통화했다. 통화는 정중하게 이뤄졌다.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 유엔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통화에서 곧 만나자고 했으나, 아직 일정을 못 잡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이후에 어떤 국제 지도자도 만나지 않고 있다. 하나의 대통령 원칙의 입장을 지키려는 듯 하다. 앞으로도 측근 인사들과 단체들과 한반도 한미안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겠다.”
_귀국 후 재단을 설립한다는 얘기가 있다.
“아직 계획이 없다. 한국에서 나의 이름을 딴 많은 단체가 있는데, 모두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다.” 뉴욕=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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