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청 SNS 지시
“송별회 비용을 잘못 알려” 해명
일선에선 “구태 여전해” 하소연
경찰이 하위 직원들에게 간부들의 집기류 구입비용을 갹출하도록 지시했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서둘러 취소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 조직 내부에 만연한 구태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A과는 지난 13일 단행된 총경 급 인사를 앞두고 직원들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부장(경무관)과 과장(총경)이 새로 부임하니 10만원씩을 갹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간부들이 관사 등에서 사용할 물품구입을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SNS를 확인한 직원들은 “해묵은 구태가 여전하다”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SNS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조직은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이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성토했다. 한 경찰관은 “경찰청장은 갑질과의 전쟁을 한다며 떠들썩하지만, 내부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발령 나면 사무실 집기류를 제 것처럼 마음대로 가져가는 상관, 부서 직원들 불러다 생색내며 접대 받는 상관 등이 아직도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A과는 ‘담당자의 실수로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내부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집기류를 구입하려던 게 아니라 근무지를 옮기는 간부의 환송회비를 부서 별로 갹출하자는 논의가 와전됐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A과 관계자는 “전보발령을 받은 간부와 함께 일했던 계ㆍ팀장 20여 명이 갈빗집에서 1인당 2만 원짜리 점심이라도 하기로 하고, 비용은 각자 내야 한다는 것을 알리려다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다. A과는 계획했던 송별식 자리를 취소했다. 경찰은 취재가 이어지자 전별금품, 접대 등의 관행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집기류 등은 일반경비로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월 부임한 직후부터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 총경 인사에서도 갑질 논란을 빚은 경기지역 B서장을 취임 5개월여 만에 경무과로 전보하는 등 징계성 인사를 단행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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