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8개월 만에 정치발언
“文 국가대청소 말하려면
계파 패권주의부터 청소하라”
김종인·손학규 ‘개헌’화두로
“권력욕만 앞세워” 文연일 공세
‘文 대항마’ 만들기 합심하면
야권 대선판도 크게 요동칠 듯

8개월 만에 정치 활동 재개한 김한길, '계파패권주의 청소' 주장하며 文 저격
김종인ㆍ손학규도 개헌 반대하는 文에 연일 공세
한 때 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ㆍ김종인ㆍ손학규 등 3인방이 일제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비판에 나섰다. 공격 지점은 서로 다르지만 유력 대선후보인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정치지형 개편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같다. 3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르면 내년 초 야권의 대선 판도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김한길 전 의원은 20일 8개월 동안의 정치공백을 깨고 ‘선(先) 계파 패권주의 청소’를 주창했다. 4ㆍ13 총선 당시 야권연대 불발 이후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가대청소를 말하려면 먼저 계파패권주의 정치, 패거리 사조직 정치부터 청소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재벌ㆍ검찰 등 국가대청소를 주장하는 문 전 대표를 반박하면서, 민주당 주류인 친문(親文) 세력 해체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누구를 비난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면서도 “패권을 쥔 계파 사조직이 각 당을 장악한 정치현실을 방치하고, 정치권의 구체제를 허물지 않은 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건 요원한 일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개헌은 가능성의 문제”라며 “대선 전 개헌이 최선”이라고 했다.
야권 내 대표적 통합론자인 김 전 의원의 정치적 목표는 친문 반발세력을 ‘반패권’이란 공통분모로 규합해 대선을 양자 구도로 개편하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거취가 불분명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한다면 여권 내 위협적인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야권 경쟁이 사실상 정권교체의 결승전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의 핵심 측근도 “오늘 방송 출연으로 김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며 “조만간 반패권 세력을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개헌 반대를 적극공략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경제민주화’와 ‘제7공화국 건설’을 정치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촛불 민심은 개헌을 원하는데, 문 전 대표는 차기 권력 창출에만 집착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 강연에서 “마음은 대통령이 되면 개헌 해봐야지 하고는 대통령 자리에 들어가면 절대로 처음 생각을 실현할 수 없다”며 문 전 대표의 ‘대선 후 개헌’ 주장을 콕 집어 비판했다. 손 전 대표 역시 전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정치인들 가운데 개헌보다 대선을 우선시하는 분들이 있다. 최소한의 애국심이 있다면 지금은 권력욕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며 문 전 대표를 낡은 헌법을 지키는 낡은 정치인에 비유했다.
야권의 핵심 관계자는 “김한길ㆍ김종인ㆍ손학규의 메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패권 거부’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며 “대선 윤곽이 나올 내년 초에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 단일화된 ‘문재인 대항마’ 만들기 작업에 돌입해 정치권이 크게 한번 출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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