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25년간 ‘위작 스캔들’을 일으킨 고(故) 천경자 화백 작품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이 작품을 위작으로 감정한 프랑스 유명 미술품 감정회사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검찰의 감정법의 신뢰성이 낮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공개 증명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인도를 감정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장 페니코 사장은 20일(현지시간) “한국 검찰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의견을 따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파리 생제르맹 가 사무실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비판했다.
검찰은 전날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眼目) 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며 진품으로 판정했다. 검찰은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62)씨가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고소ㆍ고발한 6명 중 바르토메우 마리(50) 국립미술관장 등 5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페니코 사장은 한국 검찰이 진위를 확인하고자 동원된 방법이 주관적일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술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논란 작품에서 맨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확인됐다거나 여러 차례 두텁게 덧칠 작업을 하고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한 점 등을 진품 근거로 든 데 대해 “위작자도 사용할 수 있는 안료고, 흉내 가능한 기법”이라며 “과학적이지 않으며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페니코 사장은 또한 검찰이 X선ㆍ원적외선ㆍ컴퓨터 영상분석ㆍ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원적외선 기법 등은 1950년대부터 사용했으며 대부분이 첨단 기법과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실시한 미술 전문가들의 안목 감정에 대해서도 “역시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앞서 자체 개발한 특수 카메라로 미세한 단층 촬영을 통해 붓질이나 물감, 작업 순서 등 특성을 분석하는 기법을 사용해 진위를 판단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인도를 포함해 천 화백의 작품 10점에 대해 눈의 굴곡이나 코 묘사 등 그림 기법, 입술의 음영, 흰자위 물감 두께 등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유독 미인도만 결과 수치가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며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하지만 고소인 측의 비용 부담으로 수행된 프랑스 감정회사의 감정 결과에 대해선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사용한 계산 방식을 함께 비교한 다른 9개 진품에 적용한 결과 진품 확률이 4%대로 낮게 나왔다는 대목에서 페니코 사장은 검사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페니코 사장은 “‘미인도’ 위작 여부를 감정하기 위해 한국에 가져간 특수 장비는 일반 카메라가 아니다”며 “검찰이 우리 특수 장비를 사용해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원한다면 한국에 가서 위작이라는 사실을 공개 토론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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