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보리가공공장, 3년째 스톱
건강에 좋은 ‘새싹보리’ 인기몰이
재배면적, 전국은 늘어도 영덕은 감소
경북동해안 3대 평야의 하나로 유명한 경북 영덕군 영해평야의 보리가 판로를 잃어 보리생산 기반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2012년 정부의 수매 중단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선 지자체와 농협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보리재배면적이 되레 늘고 있지만 영덕에선 딴판이다.
영덕군 영해면 농민 등에 따르면 이 지역 보리는 물 빠짐이 좋고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사질양토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는 덕분에 품질이 좋아 한때는 벼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40㎏에 5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3만8,000원으로 하락했다.
농민들은 지자체와 농협의 무관심 탓이라고 주장한다. 전국적으로 보리재배 면적은 정부 수배 중단 등으로 크게 줄었다가 싹을 틔워 말린 새싹보리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다시 늘고 있다. 하지만 영덕군은 거꾸로인 셈이다.
농정당국에 따르면 전국 보리재배면적은 2009년 5만9,000㏊이던 것이 정부수매가 중단된 2012년엔 2만1,000㏊로 급감했다. 하지만 새싹보리의 기능성이 확인되면서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해엔 4만4,000㏊로 회복됐다. 발아현미가 건강에 좋은 것처럼 새싹보리도 간기능개선과 콜레스테롤 경감, 숙취해소, 알콜성 지방간에 좋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새싹보리 전용 품종을 선발하고 관련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등 보리생산 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영덕군은 거꾸로 가고 있다. 2011년 ‘부자마을 만들기’ 공모에 선정돼 고래불보리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정부지원금 5억 원 등 총 10억 원을 들여 친환경 보리가공 공장까지 지었으나 2년 만에 가동을 중단한 채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덕군(영해ㆍ병곡면) 보리재배 면적이 2000년 500여 농가에서 600㏊이던 것이 올해는 247농가 300㏊로 줄었다. 이 중 3분의 2 정도가 영해면과 인접한 병곡면이 차지하고 있다.
조합 측은 “가공공장 전기요금이 농업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분류돼 월 200만~250만 원의 전기요금에다 보리수매자금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영덕군의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보리 재배 농민은 “어떤 지자체는 종자와 친환경농자재까지 지원하는데 영덕군은 그 유명한 영해보리를 포기하고 있다”며 “농업용 전기 적용, 보리 수매자금 지원, 가공산업 육성 등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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