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통합 보수모임’해산 선언
유승민 비토 책임 떠넘기기 시도
서청원 “우리를 최순실의 남자로
매도하는 사람들과 공존 못해”
새누리당이 분당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당 주류인 친박계도 분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명분 쌓기를 하는 모습이다. 20일엔 계파해체 및 백의종군 선언까지 하며 분당을 막겠다는 정치적 수사(修辭)를 늘어놓았다.
친박계 결사체인 ‘혁신과 통합을 위한 보수모임’ 공동대표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는 모임 출범 일주일 만인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구 해산을 선언했다. 이들은 “앞으로 친박을 의미하는 어떤 모임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당의 어떤 당직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이날 비주류의 요구인 유승민 비대위원장안을 일제히 반대한 친박계는 오히려 분당 책임을 비박계에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정 전 부의장은 “최순실 사태 책임에서 당의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시류에 편성한 일부 의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쇄신ㆍ개혁적 투사로 자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주류를 겨냥했다. 그는 특히 ‘유승민 비대위원장’ 안에 대해 “누가 비대위원장 맡아도 그동안 (친박ㆍ비박의) 갈등 해소는 용이하지 않다. 이왕이면 서로가 이리 된 김에 외부에서 모셔오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비주류에서 당 화합을 바탕으로 혁신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의원이나 당원이 왜 거부하겠나. 그런 관점에서 그분(유 의원)이 당을 화합 쪽으로 끌 사람 아니지 않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비주류 밀어내기에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최순실 문제는 다 공동책임”이라며 “우리를 최순실의 남자라고 매도하고, 투사ㆍ영웅인 것처럼 하는 사람들이 당에 공존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 그런 것 한두 번 봤나. 나가면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도 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계속 싸울 바엔 차라리 분당 후 각자 몸집을 키운 뒤 대선 직전 ‘보수 대연합’ 형태로 다시 뭉치는 게 낫다는 전략적 결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장우 전 최고위원은 “외부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것이 맞다”며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다시 합치더라도 이제 당을 떠날 사람은 떠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도 “유 의원이 청사진도 없이 당의 전권을 달라는 것은 오만함의 극치”라며 “부부 사이도 어느 선을 넘으면 합의이혼 하는 게 낫고, 계속 싸우며 치부만 드러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단계에 당이 와있기 때문에 일단 결별하고, 내년 대선에 새로운 후보를 정점으로 모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