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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사이트] 전국 광역단체 첫 지역통화 ‘강원상품권’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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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사이트] 전국 광역단체 첫 지역통화 ‘강원상품권’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16.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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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왼쪽) 강원지사가 지난달 2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상품권 도안과 발행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문순(왼쪽) 강원지사가 지난달 2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상품권 도안과 발행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원상품권’은 연간 4조원에 육박하는 지역자금의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지역통화(Local currency)다. 광역자치단체가 지역통화를 도입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도는 5,000원과 1만원, 5만원 등 3종류 상품권을 내년 2월까지 280억 원 가량 유통시킬 계획이다.

강원도는 지난 7월 ‘강원상품권 발행 및 운용 조례’를 공포, 유통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역화폐 개념의 강원상품권을 통해 경제적 분권의 토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제계도 강원상품권의 연착륙 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출발이 썩 좋지만은 않다. 상품권 활성화를 위한 첫 단계인 가맹점 확보와 홍보 등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화폐 도입 단계에서 언론과 유통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지역 경제인들은 지난 14일 오전 춘천시내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강원경제단체연합회(강경연) 이사회에서 가맹점 확보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내놨다. 강경연은 지난달 강원도와 지역 경제단체들이 의기투합 해 출범한 단체다. 당시 이사회에서 “음식점과 주유소 등 생활경제 현장에서 상품권이 원활히 유통되지 않을 경우, 결국 건설 대금 결제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때문에 이날 강원도는 강경연과 상품권 유통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지 못했다. 핵심 파트너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이다. 18개 시ㆍ군을 아우르는 도가 직접 나서 경기활성화를 이끌어 내 보자는 진정성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전략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사례다.

강원도에 따르면 20일 오후 2시 현재 강원상품권과 협약을 한 가맹점은 240여 곳이다. 계획한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언론이 가맹점 확보 문제를 제기한 지난 8월 이후 넉 달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셈이다.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유통 예정인 강원상품권. 강원도 제공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유통 예정인 강원상품권. 강원도 제공

서민경제 현장에선 강원상품권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지 않은 편이다. 일반 소비자나 소매업주 대다수가 ‘강원상품권을 잘 모른다’거나 ‘기존 상품권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국에서 사용이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이나 할인ㆍ포인트 적립 혜택이 다양한 신용카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춘천시 퇴계동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신모(42)씨는 “상품권을 받아 식자재 구입 등으로 이어지는 호환성이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인터넷, 모바일로 쇼핑의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아날로그식 종이상품권의 효과를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강원상품권이 지역화폐로 안착되면 지역경제가 활기를 띌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만 있을 뿐, 세밀한 마케팅 전략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 경제진흥국 관계자는 “업주들이 스마트폰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등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가맹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상품권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건설업계 반응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최근 들어 건설관련 단체에는 상품권이 하도급 업체에 임금으로 지급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원도가 상품권 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와 협의를 거쳤다고 하는데, 누구와 어떻게 협의한 지 모르겠다”며 “업체 입장에선 가맹점 수가 적을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상품권을 쌓아두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상품권 발행 이전에 도내 전역에서 가맹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지적했다.

화천군과 양구군 등 이미 지역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지역과 상생도 연착륙을 위한 과제다. 강원상품권이 한정돼 있는 시장에서 군 단위 지역 상품권과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국 브리스톨(Bristol)시는 지난 2012년 지역화폐를 발행, 골목상권을 살려내는 성과를 냈다. 같은 지폐를 쓴다는 유대감과 독특한 디자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거래 방법인 텍스투페이(TXT2PAY) 방식을 도입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란 분석이다.

강원도는 지역통화 도입을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다. 브리스톨을 비롯한 세계 지역화폐유통실태를 자세히 분석하기도 했다. 강원상품권이 난관을 헤치고 지역경제 지킴이가 될 수 있을까.

글ㆍ사진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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