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결항ㆍ고속도로 폐쇄 잇따라
도시 마비에 ‘스모그 난민’ 행렬도
북서풍 불면 한반도에 영향 우려
중국의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수도권과 북동부 지역이 20일에도 최악의 스모그로 몸살을 앓았다. 초중고 휴교와 고속도로 폐쇄, 항공편 연착 등으로 수십 곳에선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을 정도다. 지난 16일 시작된 이번 스모그는 이르면 21일 오후부터 북풍과 비의 영향으로 약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일 중국 기상국에 따르면 베이징의 이날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는 400㎍/㎥을 넘나들었고, 특히 오전 6시와 오후 3시를 전후해선 500㎍/㎥에 육박했다. 온종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스모그에 시달린 것이다. 톈진(天津)과 허베이(河北)ㆍ산둥(山東)성 대부분, 산시(山西)성 남부와 후베이(湖北)성 서부, 랴오닝(遼寧)성 중남부와 지린(吉林)성 중부 등지는 나흘째 적색ㆍ주황색 경보 속에 심각(重度)ㆍ엄중(嚴重)한 수준의 스모그를 겪었다. 전날 한 때 1,000㎍/㎥를 넘어갔던 허베이성 스좌장(石家莊)의 PM2.5 지수는 이날도 800㎍/㎥ 안팎을 오르내렸다.
이들 상당수 지역에선 가시거리가 수백m에 불과해 항공편 결항은 물론 고속도로 폐쇄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선 이날 오전에만 180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취소됐고, 톈진공항에서도 정상적인 비행기 이착륙이 이뤄지지 못했다. 7년 만에 최악의 스모그에 직면한 랴오닝성은 고속도로 18개 구간을 폐쇄했고, 산둥성에서도 4개 고속도로 구간에서 100개 톨게이트가 문을 닫았다. 베이징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지역에선 초ㆍ중ㆍ고교가 임시휴교를 이어갔고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승용차 홀짝제와 함께 노후 차량의 도심 진입도 전면 통제됐다. 또 환경부가 주축이 된 감독조가 오염원 배출 공장이나 비산먼지 유발 공사현장 등에 긴급 파견됐다.
이번 스모그가 시작된 16일부터 베이징과 톈진 등 스모그 적색경보가 발령된 대도시 지역 시민들의 ‘스모그 난민’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온라인 여행사인 취날왕과 씨트랩 등에 따르면 하이난(海南)ㆍ윈난(雲南)ㆍ푸젠(福建)성 등 남부와 동부해안지역으로 떠난 여행객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온라인 여행사 대부분은 스모그 탈출용 패키지 여행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 스모그는 이르면 21일 오후부터는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중국 기상국은 21일부터 시베리아 지역의 찬공기가 유입되고 베이징 등 수도권과 북동부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스모그도 서서히 약화할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 경우 북풍이나 북서풍에 실린 스모그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상당하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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