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안’은 1년 계약이었다. 역대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고 몸값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모았던 양현종(28)과 KIA가 1년 계약으로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풀었다.
KIA는 20일 오후 서울에서 양현종과 만나 계약 기간 1년에 계약금 7억5,000만원에 연봉 15억원 등 총 22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FA 선수가 자격을 재취득하기 위해서는 4년이 필요한데, 보통 선수는 4년 계약을 체결한다. 선수는 4년 동안 적지 않은 돈을 보장받을 수 있고, 구단 역시 선수를 묶어둘 수 있어 ‘FA=4년 계약’이 공식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양측의 협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4년 계약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 FA인 최형우(4년 100억원)를 훨씬 뛰어 넘는 대우를 원했고, 이미 나지완(4년 40억원)과 최형우의 계약에 140억원을 쏟아 부은 KIA는 예산 확보 때문에 난색을 표했다. 몇 차례 협상 진통 끝에 양측은 1년 계약의 묘수를 떠올렸다. KIA는 당장 급한 돈을 아낄 수 있고, 양현종은 1년 기준으로 역대 최고라는 명분도 살리면서 해외 진출 기회도 자연스럽게 보장된 셈이다. 내년 시즌을 마친 뒤 양현종에게 다시 FA 자격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구단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1년 계약에 합의했다는 건 내년 양현종의 해외진출을 KIA가 조건 없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양현종은 2009년 손민한이 롯데와 FA 계약하며 기록한 1년 총액 15억원을 뛰어넘고 신기록을 세웠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200⅓이닝을 소화했고, 10승 12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10시즌 305경기 87승 60패 9홀드 1,187이닝 평균자책점 3.95다.
해외진출을 모색하던 양현종은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의 파격적인 제안(2년 6억엔)을 마다한 채 “KIA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며 잔류를 선언했다. 양현종은 계약을 마친 뒤 “나 자신과 KIA를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리그 도전이 아니면 당연히 KIA라고 마음먹었고, 여러 조건을 검토해 1년 계약을 맺었다”며 “내 결정을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동안 팬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게 생각하며, 착실하게 몸을 만들어 올해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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