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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로 듣는 ‘아이 윌 올웨이즈’ 만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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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로 듣는 ‘아이 윌 올웨이즈’ 만으로 충분”

입력
2016.12.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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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첫곡 '킹 오브 더 나잇'을 부르는 가수 양파. 4분여 노래 한 곡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지르는 노래’를 애정하는 한국 관객 취향에 이보다 맞춤한 넘버를 십 수 곡씩 듣기는 어렵다. CJ E&M 제공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첫곡 '킹 오브 더 나잇'을 부르는 가수 양파. 4분여 노래 한 곡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지르는 노래’를 애정하는 한국 관객 취향에 이보다 맞춤한 넘버를 십 수 곡씩 듣기는 어렵다. CJ E&M 제공

‘14만원(VIP석 기준)짜리 ‘나가수’가 아닐까?’

휘트니 휴스턴의 영화 ‘보디가드’를 원작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선보인다는 소식을 접한 국내 뮤지컬 팬이라면 누구나 이런 우려를 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작금의 세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보호받는 여자와 지켜주는 남자의 러브스토리’에 관객이 노래 말고 기대할 게 뭐가 있을까.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제대로 들려주겠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이 작품은 당연히 노래에 무게중심을 둔다. 여배우 원톱 뮤지컬인 이 작품은 주인공이 전체 노래의 8할 이상을 소화한다. 요컨대 한 시대를 풍미한 그때 그 시절 노래를, 한다는 가수가, 2시간 동안 원 없이 불러주는 공연이란 말씀.

뚜껑을 열어본 뮤지컬 ‘보디가드’의 드라마는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다. ‘싱글맘 월드 스타’라는 다분히 미국적인 설정은 그대로 둔 채 영화의 큰 얼개를 따르지만 1990년대 초반이던 배경을 현대로 바꾸고 레이첼을 질투하는 언니 니키의 비중을 영화보다 키워 레이첼과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 니키 사이의 삼각관계를 만든다.

그럼에도 단순한 플롯의 아쉬움은 주옥 같은 노래들이 압도한다. 러닝타임 내내 ‘아이 해브 너씽’ ‘런 투 유’ 등이 영화 속 히트 곡들이 팝 콘서트처럼 펼쳐진다. 대개 우리말로 번안해 부르지만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원어를 살리고 작품의 간판 테마곡인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는 원곡 그대로 부른다. 콘서트 무대에서 연습실, 집, 클럽, 녹음실, 별장, 시상식장 등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와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킹 오브 더 나잇'을 부르는 가수 양파. CJ E&M 제공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킹 오브 더 나잇'을 부르는 가수 양파. CJ E&M 제공

아쉬운 점도 있다. 레이첼을 노리는 스토커를 다룬 영상이나 클럽에서 프랭크가 사이코패스로부터 레이첼을 구해 안아 올리는 장면은 다소 어색해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르는 가수 양파는 첫 등장인 ‘퀸 오브 더 나잇’을 부르는 장면에서, 동작을 따라 하기 급급한 아쉬운 춤을 선보이지만 노래를 거듭할수록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채워간다. 정확한 발음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프랭크 파머역의 이종혁과 언니 니키 마론 역의 최현선 등 조연들도 안정적으로 극을 뒷받침한다.

휘트니 휴스턴 역(그녀가 맡았던 팝스타 레이첼 마론 역)에는 양파 외에도 tv프로그램 ‘복면가왕’ 최종 엔트리로 직행해도 논란의 여지가 없을 뮤지컬 배우 정선아, 가수 손승연이 함께 캐스팅됐다. 휘트니 휴스턴도 라이브로 부를 때는 영화 속 노래들을 한 음을 낮췄건만, 이 노래들 라이브로 듣자고 극장에 모인 관객을 위해 이 배우들은 기꺼이 ‘원음 그대로’ 부른다.

프로그램 북에 실린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에 관한 해설은 덤이다. 올 한해 뮤지컬 프로그램에 실린 해설 중 단연 최고. 공연은 3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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