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들 150여명이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 2층에 모였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안내견을 비롯해 아직 훈련 중인 안내견 30여 마리도 함께 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연말을 맞아 올 한해 안내견 파트너로 선정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안내견 분양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행사가 유독 남다르게 느껴지는 가족이 있다. 안내견이 맺어준 김동현(31), 강시연(31)씨 부부와 한 살 된 딸 리하다.
남편 동현씨는 태어나자마자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김씨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통행하는데 흰 지팡이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안내견과 함께하는 동기를 만났고 2008년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안내견 ‘탄실’을 만났다. 김씨는 탄실과 함께 하면서 보행도 수월해졌고 인간관계도 넓어졌다. 졸업 후 체험전시 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지금의 아내 강씨를 만났다. 강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교통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보행을 돕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 다니기 어려워하는 강씨가 안타까웠던 김씨는 안내견과 함께하길 권했고, 그 인연이 부부로 이어졌다.
강씨는 “처음 분양 받고 안내견 지미와 서로 낯익히기 위한 기싸움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서로 적응해가며 교감의 즐거움을 나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잘 훈련돼 순해 보이기만 하는 안내견이지만 나름대로 고집이 있다. 안내견들이 처음 파트너와 만나면, 저 사람을 내가 평생 믿고 따라도 되는지를 따져본다고 한다. 안내견이 적응 기간을 거쳐 완전히 주인으로 따르게 되면 파트너에게 평생의 눈이 되어준다.
사실 시각장애인 두 명이 부부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모님들은 비장애인과 만나서 도움을 받으면서 살기를 바랐습니다. 아내를 만난 후 마음은 끌렸지만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도 컸죠. 하지만 성격이 급한 저와 달리 꼼꼼했던 아내와 함께하니 서로 보완도 되고, 용기를 내보자는 아내의 격려도 큰 힘이 됐습니다.” 남편 김씨의 회고다.
이들은 올해 첫 딸 리하를 낳았다. 강씨는 “애를 키우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걱정만 하는 대신 여성 장애인 출산을 지원하는 ‘홈헬퍼’ 등 지원 정책들을 알아보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동안 정 들었던 탄실이 은퇴한 이후 두 번째 안내견 ‘몽실’과 함께 하고 있다. 지미와 몽실은 리하의 장난에도 싫은 내색 없이 받아주기도 하고, 귀찮을 땐 슬쩍 자리를 피하지만 훌륭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각자의 회사에서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 지침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를 굳이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부부는 “안내견이 평생 파트너를 돕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빨리 죽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많다”며 “안내견들은 사람들과 어디든 함께하면서 가족의 일원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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