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자동차 분야에서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벽두를 열었고 지독했던 미세먼지 사태는 때 아닌 '고등어 수난사'를 부르며 친환경 자동차를 올해의 키워드로 만들었다. 테슬라의 사고로 잠시 주춤해진 자율주행기술과 60% 아래로 떨어진 현대기아자동차의 시장 점유율, 공유경제의 상징인 카셰어링의 유행까지,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017년 주목을 끌 자동차 관련 이슈들을 가늠하다 보면 자연스레 새롭게 선보일 신차들에 먼저 눈길이 간다. 각 브랜드는 숙고를 거듭하며 신차를 소개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동차 전문 모클팀 기자들이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에 주목해야 할 자동차를 선정해 소개한다.
BMW 5시리즈

올해 BMW 5시리즈는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에 패한 듯 보인다. 11월까지 BMW 5시리즈는 총 1만5,703대, E 클래스는 1만9,772대가 팔렸다. 스테디셀러인 520d는 1만1,496대로 5시리즈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저력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E 클래스는 가솔린 모델인 E 300에도 힘을 실어 다양화된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시리즈엔 레임덕이었고 올해 출시된 E 클래스에는 성장기인 한 해였다.
7년 만에 풀체인지된 5시리즈가 2017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엔 내년 2월 11일에 출시된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에선 서울모터쇼(3월 30일) 전에 선보인다. 글로벌 출시 시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5시리즈 판매량 세계 5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적으로도 한국은 8번째로 BMW가 많이 팔리는 나라다.
신형 5시리즈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술력은 경량화다. 적용된 장비는 늘었지만 이전보다 최대 100㎏이나 가벼워졌다. E 클래스보다 200㎏ 가볍다.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대거 사용했고 부품 여기저기에서 무게를 덜어냈다. 그만큼 몸놀림은 더 경쾌해졌다. 공간은 약간 넓어졌다. 휠베이스는 7㎜, 폭은 8㎜ 넓어졌다.
BMW의 반자율주행 시스템도 엿볼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인 ‘차선 컨트롤 어시스턴트’는 차가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고 ‘지능형 속도 제어 어시스트’는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해 스스로 속도를 컨트롤하며 스티어링까지 조절한다. 7시리즈처럼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원격 무인주차도 할 수 있다. 메인 모델로 출시가 유력해 보이는 BMW 520d는 최대출력 190마력의 힘을 내는 2.0ℓ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쉐보레 크루즈

2017년 쉐보레의 신차는 딱 두 대다. 전기차 볼트EV와 9년 만에 풀체인지 되는 크루즈다. 볼트EV도 무척 기대된다. 하지만 대중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크루즈는 지금의 말리부 열풍을 이어갈 새로운 주자다. 쉐보레는 신형 말리부 출시 이후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크루즈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해 2월부터 출고될 예정이다.
크루즈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처음 공개됐고 3월부터 북미 시장에 판매됐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제작돼 무게를 100㎏ 이상 덜어냈고 강성은 27% 향상됐다. 기존보다 길이가 68㎜, 휠베이스는 15㎜ 길어졌다. 덕분에 뒷좌석의 공간도 넓어졌는데 경쟁 모델인 아반떼보다 약간 여유 있는 수준이다. 현재 북미에서 최고출력 155마력의 힘을 내는 1.4ℓ 터보 엔진 모델만 판매 중인데 내년엔 1.6ℓ 터보 디젤 모델도 합류될 예정이다. 가장 기대되는 점은 해외 판매 모델에도 수동변속기를 추가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과연 한국GM의 선택은 무엇일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큰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이다. 캐딜락의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가 2017년 서울모터쇼를 기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에스컬레이드는 2004년부터 국내에서도 소량 판매됐다가 2014년 판매가 중단됐다. 새롭게 개발된 4세대 모델이 국내 보행자 보호법과 맞지 않아서다. 그래서 4세대 모델 개발 당시 국내에선 상품기획을 중단하고 남은 3세대 재고 물량만 팔기로 했다. 그런데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다시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미국 법규에 부합하면 국내에서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복귀의 의지는 2015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살짝 드러냈다. 이미 인피니티 QX80과 메르세데스 벤츠 GLS가 먼저 출시돼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크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형 모델의 길이는 5,179㎜, 높이는 1,889㎜에 달한다. 롱휠베이스 모델인 ESV의 휠베이스는 무려 3,302㎜다. 파워트레인의 크기 또한 압도적이다. 6.2ℓ V8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서스펜션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돼 승차감이 안락하고 부드럽다. 구동 방식은 네바퀴굴림과 뒷바퀴굴림 두 가지가 있는데 국내에는 어떤 모델이 들어올지 미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최고사양인 플래티넘 트림에 준하는 모델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딜락이 잠시 숨을 고를 동안 에스컬레이드를 병행 수입해 판매한 한 업체의 연간 판매량은 50대가 넘는다. 이 추세를 캐딜락이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르노 클리오

올해 르노삼성은 SM6와 QM6의 해였다. 1년 동안 크고 굵직한 모델에 매달렸다. 2017년은 확 다르다. 상반기에 트위지와 함께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클리오는 복합연비 17㎞/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109g/㎞를 내세울 정도로 효율성이 좋다. 1990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 차는 연간 30만 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다. 국내에선 ‘클리오’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지 아니면 르노삼성의 네이밍 체계에 맞춰 새롭게 바꿀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르노삼성의 박동훈 사장은 과거 폭스바겐코리아에서 골프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가 만진 클리오라는 해치백이 기대되는 이유다.
테슬라 모델 S 90D

곧 테슬라의 베일이 벗겨진다. 첫 주자는 고성능 모델 S 90D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4초대에 도달한다. 최고 고성능 모델인 P 90D 다음이다. 테슬라의 모델명 중 숫자는 배터리 용량을, ‘D’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모터를 달아 움직이는 듀얼 모터 네바퀴굴림을, ‘P’는 퍼포먼스의 약자로 고성능을 뜻한다. 1회 충전으로 500㎞ 넘게 달릴 수 있다. 바닥에 깔린 배터리 용량은 90㎾h에 달한다. 아직 가격과 정확한 출시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선 9만 달러에 팔리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에 로드숍, 하남 스타필드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안타까운 건 슈퍼차저 인프라다. 테슬라는 고속 충전을 위한 슈퍼차저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단 3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많이 부족한 상태다. 보조금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현행 기준은 완속 충전으로 10시간 이내에 충전되는 모델을 대상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차는 배터리 용량이 커 완충까지 13시간이 넘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전문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개편하려고 검토 중이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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