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증가율 소득 증가율 3배
금리인상 되면 가계 부담 더 커질 듯
자산도 부동산 위주 증가 위험 내포

지난 1년간 가계가 은행 등에서 빌린 부채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가계 빚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중에서 빚 갚는 데 쓰는 비율도 계속 늘어, 100만원을 벌면 26만6,000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시장 활황 덕분에, 가계 자산 중에서는 부동산 자산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일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함께 내놓은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국내 가구가 보유한 부채는 6,65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6.4% 늘어났다. 특히 금융부채는 4,361만원에서 7.5% 증가한 4,686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금융부채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보다 세 배 가량 많았다. 가계 구성원들의 가처분소득(전체소득에서 세금 등을 뺀 실제 지출 가능한 소득)은 4,022만원으로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금융부채 4.9%, 가처분소득 2.7%)에 이어 2년 연속 금융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특히 청년층 소득 개선 효과가 부진해, 가구주 연령이 30대 미만인 가구는 1년 사이 오히려 가구소득이 3.7% 줄어들었다. 전체 가구 중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가구는 36.7%로 전년과(37.7%) 별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소득 개선이 부진한 사이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가계가 벌어들이는 돈 가운데 부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 비율도 늘었다. 가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지난해 941만원에서 올해 1,071만원으로 13.7%나 급증,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24.0%에서 26.6%로 높아졌다. 가계 재무건전성 척도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 역시 116.5%로 치솟았다. 1년 소득을 빚 갚는데 다 쏟아 부어도 상당한 액수의 빚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가구주의 연령별로 부채 변화를 분석해 보면, 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내 집 마련 수요가 가장 많은 30ㆍ40대 가구주에서 부채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다.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대의 경우 30.2%에 달해 지난해보다 4.8%포인트 급증했고, 30대 역시 28.7%로 1년새 3.6% 포인트 높아졌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 역시 40대가 125.7%로 가장 높았다.
가계의 자산이 일부 늘기는 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산 자산의 증가라는 점도 불안한 점이다. 부문별 자산 증가율을 보면 저축 및 보증금 등 금융자산은 1.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5.8%나 증가했다. 부동산 관련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경우 가계 자산 증가율도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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