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정책ㆍ환경철학 밀어붙이기
역대 최대 규모 231명 사면 서명
폐광부지 원상복구 규제도 시행
퇴임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껄끄러워하는 조치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뒤집히더라도 환경보호와 형사정책 등에서 자신의 철학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연방 재소자 총 231명에 대해 감형을 포함한 사면을 단행했다. 153명은 감형을, 78명에 대해서는 형벌 면죄 등 조치가 취해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하루에 단행한 사면 중 최대 규모다.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는 양형구조 개선 등 8년 임기 내내 추진해온 사법제도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도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기 전 사법제도 개혁의 속도를 높이라는 개혁론자들의 압박 속에서 나온 조치”라며 “개혁론자들은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사법적 단죄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후 사법제도 개혁의 흐름을 되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차기 정부에서 법무장관에 오를 제프 세션스 내정자는 “우려스러운 수준의 사면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단행한 환경규제 조치도 이른바 ‘대못 박기’정책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의 내무부는 폐광부지 원상복원 조치에 관한 규제를 이날 중 연방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채광을 마친 경우에는 석탄업체가 탄광과 주변환경을 의무적으로 채광 이전과 똑같은 수준으로 복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샐리 주얼 내무장관은 이 조치를 환경 보호와 국가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하면서 수질 보전, 환경 보호, 경제적 기회 확대, 석탄업계 회복 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탄업계는 물론 공화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조치는 환경규제 철폐 및 화석 연료 개발 확대를 주창하는 트럼프 정부에서 뒤집힐 공산이 크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석탄 생산량이 많은 상위 5개 주는 와이오밍,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등인데 이들 지역 모두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할 퀸 미국탄광협회 회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1977년 광산관리매립법에 근거한 각종 규제의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른바 ‘탄광 주’들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채 결국 관료 집단과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에게만 승리를 안겨주고 평범한 일상의 미국인들에게는 패배를 안겨준 실패한 규제의 또 다른 사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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