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가 아닌 콤팩트디스크(CD)로 제출한 검찰의 공소장은 법률이 정한 형식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형사 소송행위가 성립하려면 문서로 된 공소장을 내는 것이 본질적 요소라는 형사소송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저작권 허가를 받지 않은 콘텐츠를 무단으로 중개하고 수익을 챙긴 혐의(저작권법 위반 등)로 기소된 김모(5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저장매체나 전자적 형태의 문서를 공소장 일부로서의 서면으로 볼 수 없다”며 “저장매체 자체를 공소장에 첨부해 제출한 때에는 문서로 된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형사소송법이 공소 제기에 관해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행위를 채용한 것은 심판의 대상을 서면에 명확하게 기재해 둠으로써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백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은 공소 제기라는 소송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2010년 6월 웹하드 사이트 2개를 만들고 2011년 6월까지 불법콘텐츠를 61만7,481차례 유통해 7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범죄 건수가 워낙 많아 종이문서로 출력하기에 분량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별지 범죄일람표 3개의 목록을 CD로 첨부했다.
1ㆍ2심은 김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김씨 측이 “CD 제출은 법이 정한 기소 방식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해 기소방식에 대한 판단도 이뤄졌다. 2심 재판부는 “범행 횟수가 많아 문서로 출력하면 수만 페이지가 되므로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CD 제출이 허용된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소장 중 CD로 제출된 부분은 효력이 없다”며 김씨의 유ㆍ무죄 판단을 다시 하라고 선고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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