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본디 달리는 물건이다. 특히 스포츠카는 가만히 서 있어도 속도감을 물씬 풍기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박스형 밴 같은 상용차보다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쿠페나 컨버터블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디자이너의 손을 떠난 자동차를 재해석하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본래 갖고 있던 이미지에 새로운 느낌을 투영시켜 색다른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됐던 카마로 SS가 적절한 예다. 공간 디자이너 김치호씨가 고성능(453마력)이 지닌 속도감에서 영감을 얻어 강렬한 볼케이노 레드 패키지로 꾸민 쉐보레 6세대 카마로 SS의 전시를 기획한 바 있다.
김치호 디자이너는 “1점 투시와 다각적 반사 효과를 통해 평소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한계를 깨뜨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자동차를 감상하니 완전 정면을 빼고 6개의 거울에서 난반사되는 이미지가 오롯이 두 눈에 투영된다. 나팔처럼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터널 구조는 공간을 깊게 보이도록 착시 효과를 강조한다. 뒤쪽 중앙에 소실점이 위치해 모든 원근선이 집중되어 앞쪽에 세팅한 카마로의 존재감을 한층 키우는 구성이다.
실제 보는 방향에 따라 색다른 면의 대비가 떠올라 자동차를 감상하기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정측면에서 바라보면 헤드라이트와 그릴의 이면에 날렵한 반대편 펜더가 겹쳐지는 식이다. 화룡점정은 소실점에 놔둔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V8 엔진 사운드다. 강렬한 소리와 함께 좁은 터널에서 달려 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각적 착시 효과와 청각적 자극이 더해진 전시 기법이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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