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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성공하는 포퓰리스트를 기대한다

입력
2016.1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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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성공하는 포퓰리스트를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선시계가 앞당겨지면서 정치인들 발걸음이 빨라졌다. 유력 후보들은 본격적으로 대선 캠프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언론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유력 주자들 지지율을 주목하는 등 탄핵 정국은 빠르게 대선 정국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누가 대선 레이스에서 최종 승자가 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어느 후보도 촛불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이다. 촛불은 폭력 없이도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켰고, 기능 부전 상태인 국회를 탄핵으로 밀어붙여 대의 민주주의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중을 시민이 아닌 우중(愚衆)으로 취급하는 보수세력 일부만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질 것’이라며 폄하할 뿐이다.

촛불 민심에 불을 붙인 것은, 정경 유착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부패ㆍ비리 구조와 권력 실세 자녀의 특혜 입학으로 대변되는 공정성 훼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촛불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떠올랐다. 지난 8월만 해도 지지율 2% 남짓했던 그는 11월 중순부터는 지지율이 15% 안팎으로 오르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유력한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셈이다.

그가 진보 진영 깜짝 스타로 떠오른 동력은 뭘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쏟아낸 “마지막까지 나라 팔아먹는 박근혜-새누리 정권, 횃불로 응징합시다(지난 달 22일)”혹은 “박근혜가 청와대를 나서는 순간 뭇 중범죄인과 동일하게 수갑을 채워야 합니다(12월 8일)”와 같은 직정적 발언들이 영향을 줬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보수진영은 이 시장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선동을 일삼는 포퓰리스트라고 낙인을 찍지만, 그의 이런 발언은 시민들에게 적잖은 호소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좌파 시각에서 서구 포퓰리즘을 비판한 ‘인민주의 비판’(2005년ㆍ정인경 박정미 등 지음)에 따르면 ‘포퓰리스트’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국회를 통한 입법 활동보다는 미디어를 활용한 직접 소통이나 대중동원을 선호하고 기존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다. 이 시장 스타일과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경제 불황 때문에 대중들이 불안감에 시달릴 때 기존 정치인이나 이민자를 공격하는 개혁 정치인의 이미지로 집권을 했다가, 오히려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결국 몰락하는 게 대다수 유럽이나 남미(우파) 포퓰리스트들의 전례이기도 하다.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을 강조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이 시장에게 우려스러운 점은 민족주의적 수사나, 옥석 구분 없이 모든 기득권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수사가 너무 잦다는 점이다. 가령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비판하면서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일본은 적성국가, 일본이 군사대국화할 경우 가장 먼저 공격대상이 될 곳은 한반도임이 자명하다”고 글을 올리거나, 탄핵안 의결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오늘 표결에 반대한다면…처단하고 내쫓으면 된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지지자들에게 주는 통쾌함 이상 효과는 없어 보인다. 이는 서구 포퓰리스트 몰락을 가져온 반(反) 지성적 태도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그의 성패 여부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만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는지다. 가령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현금 지원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제시할 공약으로 예상되는 ‘기본소득’과 관련해 모범적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공산후조리원 사업 역시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는 것이 다수 복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분노의 정치를 넘어 설 수 있는 성공한 포퓰리스트를 기대한다.

이왕구 사회부 차장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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