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와 대립각, 득보다 실 판단
대기실 사용 등 의전도 총리급
與 비대위원장에 친박 뽑히면
여야정 협의체 가동 더 늦어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21일 이틀 동안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벼랑 끝으로 향하던 정부와 야당의 관계가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른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국회와 정부 간 협치가 안정권에 들어서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황 권한대행이 얼마나 대정부질문에 충실한 지와 여야정 및 야정 협의체가 성사 될 지가 변수가 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지 않을 뜻을 내비쳐 왔다. 출석을 하루 앞둔 19일 입장을 바꾼 데는 국회와 호흡이 어긋난 책임의 상당 부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 ‘대통령 행세만 하려 한다’고 비판하는 야당과 대립각을 세워서는 권한대행 역할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은 입장 발표문에서도 입법부와 갈등하는 게 국정안정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여당마저 대정부질문 개최 일수를 나흘에서 이틀로 줄이는 대신 황 권한대행의 참석을 야당과 합의한 상태다.
황 권한대행은 의전에서도 기존에 쓰던 ‘국회의장 대기실’을 이용하기로 하고 별다른 의전을 요청하지 않았다. 야당 요구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총리’역할에 충실할 것이란 점을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협치를 위한 틀이 금방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권이 정우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야정 협의체 가동은 적어도 1주일 이상 미뤄졌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친박(박근혜) 인사가 맡을 경우 냉각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황 권한대행이 야3당 대표들이 제안한 ‘야정 협의체’를 받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야3당이 대정부 질의 참석에 환영 입장을 내면서도 “총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며, 충실히 답해야 한다”며 압박을 이어간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가 그 동안 국민과 불통으로 탄핵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에 냉랭한 것과 달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 부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경제 상황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 간섭이 없을 때 소신껏 잘하고 야당도 경제는 안정적으로 가도록 (정부를) 흔들지 않겠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국민이 먹고 살 수 있게 하면 된다”며 “항상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격려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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