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연일 사상 최고치 갱신
1년새 19% 상승… 3대 지수도 급등
북미펀드 수익률 최근 1년 6.32%
최근 한달간 328억원 순유입
“미 경제 밝지만 대세 상승은 아직
환율 변동 따른 손실도 유의 필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펼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미국에 쏠리고 있다. 애초 언급되던 ‘트럼프 리스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요즘엔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정책,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 미국 경기 회복 등을 근거로 한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도 내년 미국 중심의 경제성장을 예상하며 다투어 투자 확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한편에선 경계론도 여전하다.
지난 16일 기준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다우존스 지수(1만9,843.41)는 1년 전보다 무려 18.99%나 올랐다. 더불어 3대 지수로 꼽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5.07%)와 나스닥지수(+10.44%) 역시 같은 기간 동반 급등했다. 코스피(+3.39%), 일본 닛케이지수(+2.1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2.74%) 등 주요 아시아 국가 증시 성적표와 견줘봐도 미국증시 강세는 크게 두드러진다. 이는 미국의 ‘나 홀로 금리인상’에서 확인되듯,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향후 대규모 경기부양을 예고한 데 따른 기대감도 반영된 결과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내년 미국 경제도 밝게 보는 분위기다. 트럼프발 정책 효과는 물론, 이미 완전고용에 근접한 고용 사정을 바탕으로 탄탄한 소비도 이어질 거란 예상에서다. 류용석 KB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자의 수요촉진 정책이 본격화되면 미국 경제 회복은 한층 탄력을 받게 돼 미국은 단연 최선호 투자처”라고 말했다.
개인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건, 직접 종목 투자와 펀드 투자가 대표적이다. 종목마다 제각각인 직접 투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 펀드 수익률은 상당히 양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간(이하 16일 기준) 북미주식형펀드(미국, 캐나다의 증시,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펀드. 미국 비중이 절대적임) 수익률은 2.80%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펀드 평균(1.09%)을 크게 웃돈다. 기간을 최근 1년간으로 넓히면 북미주식형펀드(6.32%)는 국내 일반주식형펀드 수익률(2.96%)의 2배 이상 수익을 거뒀다.
북미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좋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KB STAR 미국 원유생산기업 상장지수(합성H) 펀드 수익률은 10.59%, 삼성 KODEX 합성-미국금융상장지수 펀드는 7.95%나 급등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최근 한 달 간 전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2,389억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는데도, 북미주식형펀드엔 유일하게 328억원이 순유입 됐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은 본격적인 위험자산(주식) 선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인 미국 증시가 언제든 주춤할 수 있고, 보다 안정적인 상승추세를 갖추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이 가시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1990년대 후반 미국 증시 대세 상승기에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또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이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투자 분야를 고를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트럼프 수혜주로 정보기술(IT), 에너지, 인프라, 방위산업, 은행주 등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3개월간 20% 가량 급등한 은행주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추가 상승 여력까지 점쳐진다. 반면 록히드마틴 등 방위산업 관련 주식은 트럼프 당선 후 10% 이상 급등했다가 지난주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전투기 생산 비용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게 결정적이었을 만큼 트럼프 수혜주들이 분위기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ETF 등 북미 관련 펀드에 투자하려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주식처럼 거래하면 된다. 아예 해외주식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다운받아 미국 증시로 직접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해외주식 거래가 늘 그렇듯, 북미 관련 펀드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손실은 유의해야 한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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