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과 얽힌 것 없다” 광고사 강탈 혐의 등 부인
“태블릿PC 본 적도 없다”安 수첩 등 핵심 물증들 증거채택 반발
安 “최씨 관여 몰랐다” 발뺌… 鄭만 문건유출 혐의 인정
최순실(60)씨가 19일 법정에서 “대통령과 공모한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 최씨에게 이권을 챙겨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도 얽힌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블릿 PC’ 등 핵심 물증들의 증거 채택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최씨가 박 대통령 및 안 전 수석과 공모한 범행을 말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등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죄)들을 언급했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검찰이 밝힌) 8개 혐의에 전제가 되는 ‘공모’를 한 일이 없어서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안 전 수석 등과 함께 포스코 계열사 포레카의 지분(80%) 강탈을 시도한 혐의(강요미수)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최씨 측은 태블릿PC는 물론 안 전 수석이 대통령 지시를 받아쓴 업무수첩,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 대해 감정 등을 요청하며 과민하게 대응했다. 증거로 채택되면 하나같이 최씨와 박 대통령 모두에게 치명적인 물증들이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태블릿을 본 적도 쓴 적도 없다고 하면,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유출을 자백했다고 해도 범죄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태블릿의 입수경위 등을 조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태블릿은 임의제출을 받아 정 전 비서관의 혐의 입증을 위해 증거로 낸 것으로, 최씨 공소사실 입증용이 아니다”며 응수했다. 재판장도 “태블릿은 정 전 비서관 관련 증거”라며 감정 신청에 의문을 표하자, 최씨 측은 “그걸로 기소되지 않았어도 전체 형사사건 양형에 중요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의 진술조서와 수첩 기재내용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검증을 주장했다.
이처럼 철저한 오리발 전략과 멀쩡한 증거 물고 늘어지기식 대응에 깔린 의도는 여러 갈래로 법조계에서 풀이됐다. 서울 소재 법원 부장판사는 “대통령, 안 전 수석과의 ‘3자간’ 연결고리가 재판에서 끊기면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직권남용 혐의가 최씨에게 유죄로 입증되긴 힘드니 일단 부인한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일단 공모관계를 부정해야 공무원이 아닌 최씨에게 직권남용죄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 대통령에게도 살 길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 최씨와의 관련성을 부정하고 국정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야 탄핵사유를 소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판사는 “증거를 문제 삼는 대목에서 ‘소송 지연’ 의도가 엿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태블릿 사용자 등은 검찰이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하고, 안 전 수석의 수첩도 증거수집 절차에서 위법이 없었다”며 “시간이 드는 감정을 원하지만 결과적으로 재판부가 인정하기 어려운 걸 주장하며 혐의 관련 쟁점보단 딴지만 걸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비친다”고 꼬집었다. 쟁점과 증거들이 유사하게 다뤄질 탄핵심판을 앞둔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추측된다는 견해도 더해졌다. 한 변호사는 “특검이 수사 중인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 부분도 결국 최씨가 공범으로밖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그 덫에 걸리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전면 부인 전략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초반에 다 인정해버리면 수세에 몰릴 거 같아 혐의를 다 부인하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검찰 측 증인들이 나와서 최씨 주장과 반대되는 증언을 쏟아내고, 최씨 측이 그걸 제대로 탄핵하지 못하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만 따랐을 뿐, 재단 강제모금과 최씨 쪽에 이권 몰아주기 등과 관련해 최씨의 관여는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역시 정당한 공무수행이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의 변호인은 “최씨를 단지 정윤회의 부인 정도로만 알았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비선실세가 있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법정에서도 인정했다. 그의 변호인은 “대체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누설했다는 자백 취지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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