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미래의 인구 부풀리기가 성행한 가운데 경북 포항시가 과거에 뻥튀기한 인구 때문에 역풍을 맞고 있다. 해양레포츠도시를 표방하며 추진중인 두호마리나항 건설 사업이 부풀린 인구를 근거로 한 도시계획 때문에 좌초위기에 놓였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시 북구 두호동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바다를 매립해 조성키로 한 두호 마리나항 건설사업의 일부 부지를 택지로 만들기로 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시행사인 ㈜동양건설산업이 매립면적 18만8,503㎡의 26%인 5만㎡ 가량의 용도를 택지로 조성할 계획이나, 감사원이 포항시의 도시기본계획에 대해 “주거지역과 같은 개발 가능 용도지역이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잡혀 있어 더 이상 늘려서는 안 된다”며 구두 경고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감사원 경고에 따라 시행사 측에 사업계획을 변경할 것을 통보했다. 동양 측은 두호동 앞바다를 메워 하와이의 세계적인 요트항구인 알라와이 요트 하버처럼 200척의 레저용 선박 계류시설과 공원, 워터파크, 콘도, 연회장 등을 조성키로 했다. 마리나항 조성만으로는 사업성이 부족, 일부 부지를 택지로 용도변경해 1,200가구의 공동주택을 건립해 분양하는 방법으로 채산성을 맞춘다는 복안이다.
동양측은 일부 부지를 택지로 하지 않으면 전체 사업성이 떨어져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포항시는 시행사 측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무시하고 계획대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주거지역으로 추진하면 담당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시행업체인 동양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 사업이 무산될까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는 포항시가 지난 2003년 인구 51만400여 명이던 시절 2020년 기준 도시기본계획 수립하면서 2020년 인구를 85만 명이나 될 것으로 지나치게 부풀렸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이를 기준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 이미 과잉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포항시 주민등록 인구(외국인 포함)는 52만2,577명으로, 13년 전이나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52만5,278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다 철강경기 침체 등으로 조만간 50만도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11월 말 기준 포항지역 아파트 미분양 수는 1,559가구로 1년 전 36가구에 비해 40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승인 후 분양대기중인 물량만 6,800여 가구가 된다.
포항시가 주민 숙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민간분야에서 조성토록 하는 것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5만㎡ 이상의 공원부지에 70%이상을 공원으로 만들고 지자체에 기부, 나머지 부지에 공공주택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포항 학산공원 등 5개소 284만㎡에 달한다.
지역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예상인구를 토대로 수립된 2020 도시기본계획으로 택지공급이 과잉 상태에서도 택지개발사업을 지속했고, 올해부터 준비 중인 2030 도시기본계획 인구도 80만 명으로 현실성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포항시는 어떤 개발사업도 하기 어려운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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