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카빌라 대통령의 재선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콩고민주공화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주류 야권 인사들과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 연장을 위해 고의로 차기 대선을 지연시켰다며 임기 공식 만료일인 19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매일 대규모 퇴진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선일정 연기 발표 이후 촉발된 콩고의 정치 위기가 19일을 기점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콩고의 명운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콩고 헌법은 대통령의 3선을 금지하고 있지만, 카빌라 대통령은 대선일정 연기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번째 임기 만료 이후에도 당분간 대통령직을 유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콩고 국민 대부분은 이미 정부에게서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콩고리서치그룹 최근 조사에 따르면 “카빌라 대통령은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80%에 달하는 반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실제로 유임 발표 이후 콩고에서는 크고 작은 반정부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로, 9월 수도 킨샤사에서는 선거연기에 반대한 시위대와 보안군의 무력 충돌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론의 부정적 기류를 감지한 정부는 즉각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대규모 관중의 결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한 달 간 모든 프로축구 경기를 중단시켰고, 18일부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과 일부 라디오 채널을 전면 차단했다. 집회의 확산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지만 시사주간지 타임은 “온라인 접속을 차단당한 사람들을 오히려 더 거리로 내모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에 이어 2001년부터 15년간 집권한 카빌라 대통령은 지난 10월 “올 11월 예정된 대선을 2년 뒤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등록 유권자 수백만 명의 투표 기회를 위한다는 명목에서였지만 야권은 집권 연장을 위한 고의적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카빌라 대통령은 그럼에도 “대선과 총선이 연기될 경우 새 대통령 선출까지 기존 대통령이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5월 헌재 판결과 비주류 야당 한 곳과 이미 합의했다는 점을 내세워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이미 수 차례 내전을 겪은 콩고가 또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콩고 내부 안정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면서 정부에 되도록 빠른 시일 내 대선을 치를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야권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조셉 올랭가코이 포누스(Fonus)당 대표도 “카빌라 대통령은 이 모든 위기 상황을 단 1분만에 해결할 수 있다”며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콩고의 정치불안이 경제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T는 지난 2년간 콩고의 경제 성장률과 물가가 급격히 낮아졌고 통화 가치도 지난해 대비 3분의 1로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긴장상태가 심화될수록 콩고 경제는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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