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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죄 지었다던 崔, 법정에선 "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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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죄 지었다던 崔, 법정에선 "죄 없다"

입력
2016.12.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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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소사실 낭독에 시종 담담

崔 “이제 정확한 걸 밝히겠다”

혐의 전면 부인에 시민들 분통

준비기일부터 팽팽한 기싸움

안종범ㆍ정호성은 출석 안해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첫 재판에 피고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첫 재판에 피고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정국을 촉발시키고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흰색 수의를 입고 법의 심판대 앞에 섰다. 19일 오후 2시 10분 최씨는 머리를 묶고 검정색 뿔테 안경을 쓴 모습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2층 417호 대법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독일에 몸을 감췄던 ‘비선실세’가,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2개월여 만에 법정에 선 순간이다. 피고인석에 고개를 숙이고 앉을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직원들을 수족처럼 부리던 기세등등함은 사라진 듯했지만 “이제 정확하게 밝히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첫 재판에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최씨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방청석은 가득 찼다. 2.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방청권 추첨에 당첨된 시민 80여명은 재판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법원 2층 출입구 앞에 줄을 섰다. 취재진도 북적였다. 법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인력 10여명을 투입해 몸수색을 거쳐 출입증을 받은 방청객만 입장시켰다. 법원 청사 밖에도 경찰병력 160여명이 대기했다. 417호 대법정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재판이 진행됐던 곳으로, 이날 이례적으로 촬영이 허용됐다.

최씨가 법정에 들어선 순간 팽팽하게 긴장감이 감돌던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피고인석에 앉은 뒤 카메라 플래시를 피하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던 최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줄곧 정면을 응시했다. 불안하거나 초조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며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기업들에 출연금을 강요한 과정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최씨는 담담하게 검사들을 바라봤다. 이경재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귓속말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자 마침내 최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독일에 있을 때 어떤 벌이든 받겠다고 들어 왔는데, 들어오는 날부터 이렇게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당하고…. 이제(재판에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두달 전 영국에서 입국하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최씨 측은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방청석에서 얕은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날 재판은 본격 공판을 앞둔 준비기일이었음에도 공방이 치열했다. 공안 검사 출신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 측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를 새벽에도 수 차례 불러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강압 수사해 증거 능력이 의심된다”며 “피의자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출한 추가 증거목록에 ‘공소사실’ 네 글자만 적혀 있는 점을 두고도 “특수부에서 조사할 때 증거 목록을 이런 식으로 제출한 적이 없다”며 “증거가 어떤 공소사실을 입증하려는 것인지 밝혀야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검찰은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최씨 동의 하에 소환해 조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가 증거목록은 보강해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에서 혐의 부인으로 일관하는 최씨에 대해 방청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경기 군포에서 1시간 걸려 법원을 찾았다는 최용석(28)씨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밥도 잘 챙겨 먹는 것 같고 시종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며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김모(46)씨는 “최씨가 법정을 빠져 나가면서 기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던데 기세가 여전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지난달 20일 기소됐다.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문건에 해당하는 문서 47건을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최씨 재판이 끝난 뒤 같은 법정에서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첫 재판이 이어졌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29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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