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27)의 입 꼬리가 제법 올라가 있었다. 요새 쏟아지는 칭찬이 그의 입을 춤추게 했을 게다. 그럴 만도 하다. 국내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이병헌과 강동원 사이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으니까. 영화 ‘마스터’(21일 개봉)는 세 사람이 주연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김우빈 원맨쇼를 봤다”는 관객들이 더 많을 듯하다. 그는 ‘마스터’에서 천재 컴퓨터프로그래머 박장군 역할을 맡아 혼자 웃고 울고 떠들고 화내고 싸우고 춤추며 능청스러운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병헌과 강동원이 그에게 가려진다 해도 과하지 않다.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박장군은 진 회장(이병헌)과 김재명(강동원) 사이를 오가며 촬영 회차도 가장 많아 부담됐던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극중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그 때마다 호흡과 눈빛에 차이를 뒀다”고 했다.
촬영 전부터 단단히 각오하고 탄탄히 준비한 듯 보였다. 두 선배라는 현실 자체부터가 연기에 장애물이 될 만 했다. “(두 선배에게)밀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보다, 폐를 끼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박장군은 희대의 사기꾼 진 회장과 그를 쫓는 엘리트 경찰 김재명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가 살얼음판 위를 걷듯 양쪽을 오갈 때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세 캐릭터의 화학적 결합의 촉매제는 박장군이었던 셈이다.
김우빈은 처음엔 이병헌과 강동원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선배님~’하면서 애교를 떨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되더라”던 그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전적인 수법’을 썼다. 선배들의 커피 심부름을 자청했고, 식사를 할 때면 옆에 앉아 “말동무”가 됐다. 대본에 의문이 생기면 지체 않고 달려가 상의했다. 어렵기만 하던 선배들과의 거리는 그렇게 조금씩 좁아졌다. 연기 호흡도 덩달아 좋아졌다. 김우빈에게 마음을 연 이병헌과 강동원은 한 번만으로도 충분할 연기 연습을 여러 번하며 호흡을 맞췄고, 후배의 애드리브에도 도움을 줬다. “중요한 역할인 박장군 캐릭터가 가장 걱정”이어서 김우빈 주연 영화 ‘스물’(2014)까지 챙겨봤던 이병헌도 시사회 이후 “한 판 제대로 놀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우빈은 “이병헌 선배는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기운이 있다. 공기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악역이 지닌)공포 그 이상의 아우라”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런 선배가 자신 때문에 ‘스물’까지 봤다고 하니 “감동”을 받을 수밖에.
박장군이 혼자 춤추는 장면은 특히 눈에 띈다. 박장군의 톡톡 튀는 성격을 드러내는 양념 같은 장치다. 김우빈은 “하반신을 많이 사용하는 비욘세를 따라 했다”고 말했다. 팔을 허우적대는 동작은 평소 친분이 있는 배우 이광수를 패러디했다. 휴대폰으로 자신의 춤 동작을 촬영해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에게 보여준 뒤 단번에 “오케이”를 받았다.
그의 노력에 벌써 관객들이 ‘응답’하는 것일까. 1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마스터’는 예매율 52%(오후 4시)를 넘기며 예매관객수가 11만8,000여명이나 된다. 김우빈의 입 꼬리가 더 올라갈 수밖에.
“친한 사람들과 만든 메신저 단체방에서 (조)인성 형이 ‘마스터’ 예매율이 높다고 축하해줬어요. 아! 이건 기사에 넣지 말아주세요. 괜히 인성이형 얘기했다가 ‘인맥자랑’한다고 욕들을 것 같아요. 하하”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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