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민주당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민주당 해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초당파적 차원에서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은 “증거가 있다면 어디 공개해 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도 “증거가 공개되면 일부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걸음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18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 DNC의 도나 브라질 위원장은 이날 의회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공격의 주요 희생자인 DNC 의장으로서 공개 청문회를 포함해 독립적이고 초당파적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개입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외세의 공격”이라며 “그에 합당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찰스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선거개입 문제를 다룰 ‘사이버안보 특별 위원회’설치를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러시아에서는 대통령 명령 없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관련 증거를 제시하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트럼프의 선임고문인 켈리앤 콘웨이는 이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만약 존 브래넌 CIA 국장이 증거 제출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사이에 접촉이 없었는데도 언론은 마치 사실처럼 말하고 있다”며 “증거가 있다면 언론에 흘릴 게 아니라 한번 같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화당 일부도 민주당과 한 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를 향한 압박이 전방위에서 거세지는 상황이다. 공화당 내의 강경 보수파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은 민주당과 함께 진상 조사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변심도 트럼프 측에는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애초 FBI는 러시아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을 해킹했다는 주장에 거리를 뒀지만, 16일 CIA 및 국가정보국(DNI)과 진상 조사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 측은 정보기관들이 통일된 증거를 내 놓으면 러시아의 대선개입 사실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인스 프리버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 뉴스에서 “정보 당국자들이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발표하고 그들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보여주면 대통령 당선인도 결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났다. 프리버스는 그러나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도우려고 했더라도 해킹 때문에 대선 결과가 바뀌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대선 불복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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