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역대 첫 1,000경기 출전을 2경기 앞둔 주희정(39ㆍ서울 삼성)은 1997년 고려대를 중퇴하고 연습생으로 프로에 뛰어 들었다. 1997~98 데뷔 시즌 원주 TG삼보(현 원주 동부) 유니폼을 입고 주전 자리를 꿰차 45경기에서 평균 12.73점을 넣었다. 보통 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에 뛰어드는 선수들보다 3~4년 일찍 코트를 밟아 두 자릿수 득점을 찍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훌쩍 흘러 19년 전 주희정에게 도전장을 던진 사나이가 있다. 전주 KCC의 고졸 2년차 포워드 송교창(20)이 19일 현재 주희정 이후 처음으로 22세 이하 단일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11.68)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송교창을 주전 선수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추승균 KCC 감독의 신임 속에 뛰고 있는 송교창은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할 경우 주희정의 19년 전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19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KCC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송교창은 “요즘 출전 기회가 늘어서 프로에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주희정 선배의 득점 기록 경신에 대해 처음 들었는데 지금 팀이 처져 있는 상황이라 기록보다는 어떻게 하면 1승을 더 할까라는 생각뿐이다. 기록이 좋아도 팀 성적이 안 나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송교창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KCC에 입단했다. 3순위는 고졸 출신 역대 최고 순위다. 하지만 고교 무대와 프로의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크게 느껴졌다. 2015~16 데뷔 시즌에 20경기를 뛰며 평균 1.5점 1.7리바운드에 그쳤다. 송교창은 “삼일상고 시절에는 내 위주로 경기를 했는데 프로에 와서 보니까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당시 ‘내가 너무 빨리 왔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온 것은 아닌가’라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고 돌이켜봤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뛰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비시즌 동안 팀 훈련을 착실히 소화하며 전술 이해도를 높였다. 또 매일 성공하는 슛만 500개를 던지고, 연습 경기를 통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자 올 시즌 ‘진짜’ 프로 선수가 됐다. 송교창은 “데뷔 시즌 때 상대 수비가 나를 버리나 싶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막으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며 “이제 ‘나도 공격하는 선수가 됐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시즌 개막 경기를 망쳤다. 10월22일 고양 오리온과 공식 개막전에서 리바운드는 10개를 잡았지만 4점 밖에 못 넣었고 실책은 3개를 쏟아냈다. 송교창은 “첫 경기만 해도 코트에서 내가 뭘 할지 몰랐다”면서 “그날 경기장에 어머니와 외삼촌이 오셨다는 것을 경기 후 알았다. 너무 부끄러워 고양에서 전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튿날 창원 LG전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찍으며 차츰 안정을 찾았다.
현재 KCC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 주역 전태풍과 하승진, 안드레 에밋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에밋은 내달 초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전태풍, 하승진은 시즌 아웃이다. 팀 성적은 6승14패로 9위다. 자연스럽게 팀 내 비중이 2년차 송교창에게 쏠리는 상황이다. 송교창은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지니까 공을 만지는 시간도 늘어나고 공격 기회도 늘어났다”며 “베스트 멤버들과 함께 뛰었다면 난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교창은 198㎝의 큰 키에 비해 체구가 왜소하다. 입단 당시 몸무게는 83㎏에 불과했다. 거친 몸 싸움이 펼쳐지는 코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불려 지금은 89~90㎏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송교창은 “몸무게를 늘렸는데 외형적으로 볼 때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위에서 말한다”며 “이번 시즌을 마치면 다음 시즌 때 더 발전된 몸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거리 슛이 자신 있지만 슛 거리를 늘려 3점슛 비중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완할 점을 덧붙였다.
지난 15일 오리온전에서 레이업 슛을 시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 손목을 다친 송교창은 17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 결장했다. 진단 결과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서 19일 첫 훈련을 소화했다. 송교창은 “예전에 반대쪽 손이 부러진 트라우마가 있어 걱정했다”면서 “처음엔 많이 다친 줄 알았는데 다행히 크게 안 다쳤다. 시즌 마칠 때까지 특별한 바람은 없고 단지 부상 없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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