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당 의원들에게도 전달
姜, 고재호ㆍ임기영에 지시 내려
대우조선 등 직원 명의 기부 후
“내가 했다고 의원실에 알려줘라”
2. “숨은 의도 있을 것” 관측
의원들 “낸 이유 몰라” 부인 불구
검찰, 혐의 적용 가능한지 검토
김진표(69)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48) 의원 등 전ㆍ현직 국회의원 7명이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측으로부터 차명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강 전 회장 측은 위의 두 의원 외에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우제창(53) 이용섭(65) 전 의원,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정두언(59) 이성헌(58) 윤진식(70) 전 의원에게 각각 200만~3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강 전 회장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고재호(61ㆍ구속기소) 전 사장과 임기영(63) 전 대우증권 사장에게 각각 1,740만원, 2,100만원을 이들 의원 측에 후원금으로 기부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내(강 전 회장)가 기부하는 것으로 의원실에 알려주라”고 했고, 고 전 사장과 임 전 사장은 부하 직원들 명의로 기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회장이 고 전 사장과 임 전 사장에게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판단,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18일 기소했다.
강 전 회장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대부분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거나 국회 정무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등 산은과 관련된 상임위원회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진표 의원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재경부 세제실장을 거쳐 국세청장과 관세청장을 역임한 이용섭 전 의원은 당시 기재위 소속이었다. 우 전 의원, 이성헌 전 의원, 김용태 의원은 정무위 소속이었고, 윤 전 의원은 당시 기재위 소속이었다.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에서 보좌역을 지낸 ‘원조 MB맨’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위 간사를 지낸 강 전 회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적을 가리지 않고 강 전 회장이 후원금을 내도록 한 데에는 모피아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끈끈한 유대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야당 의원들과 관계 개선을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있다. 정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기부하도록 해 놓고 자신이 기부한 것으로 알리라고 했다는 건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강 전 회장으로부터 차명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강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김진표 의원은 “강 전 회장이 후원금을 기부했다는 건 처음 듣는 일”이라며 “상임위에서도 강 전 회장의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 나에게 후원금을 낼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 역시 “(강 전 회장이 차명으로 후원금을 낸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며 “후원금을 낸 이유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차명으로 후원금을 낸 이유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며, 강 전 회장과 해당 정치인들에게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차명 후원금 자체는 불법이지만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해선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어 형사처벌 여부는 ‘대가성’에 달려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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