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스라엘 보완적 산업구조
FTA로 국제 경쟁력 강화 기대
서안지구에서 생산되는 제품
이스라엘産 표기 반대 수용 못해
美 트럼프정부와 중동정책 일치
오바마와 달리 특별한 관계 될 것
이-팔 직접 대화로 문제 풀어야
한국과 이스라엘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보동맹의 핵심적인 축이다. 안보동맹을 근간으로 양국의 경제협력도 최근 속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올 6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처음으로 개시하면서 수교 55주년이 되는 내년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만 양국 관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스텝이 꼬여 있다. FTA 협상에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지구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포함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하임 호셴(60)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팔레스타인 영토문제와 관련한 어떠한 보이콧도 반대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국제사회가 아닌 양국 간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_이스라엘이 한국과 FTA 체결을 통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이스라엘과 FTA를 맺은 첫 국가가 된다. 이스라엘은 중국과 달리 한국과 경쟁하는 산업구조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FTA 체결을 통해 한국의 발달한 자동차 제조업에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한다면 중국 자동차와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한국도 국제시장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현재 중국과 100억달러, 일본과 30억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_유럽연합(EU)은 영토 분쟁 지역인 서안지구에서 생산되는 수출품의 원산지를 이스라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FTA 협상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스라엘은 서안지구를 ‘유대 광야-사마리아’라고 부른다. EU는 서안지구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산지를 이스라엘로 표기하지 말도록 EU 회원국에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EU의 결정이 영토 분쟁에서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준 차별적 조치라고 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 분쟁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어떠한 보이콧도 반대한다. 특히 서안지구 상품을 이스라엘 산으로 표기하는 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영토분쟁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나타낸다고 여기지 않는다. 서안지구에서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일하고 있다. 해당 지역 상품을 보이콧 하는 건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
이스라엘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동안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토 분쟁의 해법으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인정을 요구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공개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미 대선에서 친(親) 이스라엘 입장을 펴온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스라엘은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과 영토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통합된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사위이자 유대교 신자인 ‘막후 실세’ 재러드 쿠슈너를 중동문제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하겠다고 언급도 했다. 호셴 대사는 중동정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며 답변을 피하면서도 “이스라엘은 트럼프 정부에 많은 희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_중동정책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보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가장 먼저 만난 외국 대사가 바로 주미 이스라엘 대사다. 트럼프는 또한 당선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언급했고 네타냐후 총리를 워싱턴에 초대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내정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안보 라인 인사들도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급진 이슬람주의를 강하게 반대하는 등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더욱 특별한 관계가 될 것으로 본다.”
_오바마 행정부가 풀지 못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보나.
“오바마 정부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 건설한 유대 정착촌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좌절시키는 조치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지역 갈등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였다. 팔레스타인은 영토 분쟁 문제를 유엔이나 국제헌법재판소 등을 통해 국제화시켜 이스라엘을 압박해 해결하려고 한다. 해당 문제는 오로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대화를 하자고 하면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과 난민 문제 등에서 무수히 많은 조건을 내건다. 조건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평화를 원하고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간 핵 합의 타결에 가장 부정적인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종교 문제로 오랫동안 대척점에 서 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에서 테러 행위를 부추기며 “이스라엘을 지도 위에서 없애 버리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를 시인하고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문제는 물론 이란 핵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트럼프 행정부와 벌일 공동 작품으로 이란 핵 협정 폐기가 거론된다. 호셴 대사는 “이란이 한국의 가장 위협적인 이웃인 북한과 모종의 협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이란의 위험성에 대해 거듭 경고했다.
_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해 대규모 경제 협력을 체결했다. 한국이 이란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고 보는가.
“이란은 위험한 국가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독일 나치에 탄압 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협상이 문제투성이라고 거듭 밝혀 왔다. 핵협상은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막지 않는다. 하지만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핵탄두 설치를 위해서다. 또한 핵 협상은 향후 10년만 효력을 가지는데 그 이후 이란 핵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이란을 잘 알고 있다. 이란은 예전에도 거짓말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질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한국도 이란과 북한의 관계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란은 분명 북한과 어떠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고 이건 한국에 큰 위험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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