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 정상근무하며 구조 최선”
노무현 때 헌재 결정문 인용하며
“대응 미흡했더라도 사유 안 돼”
“보고누락ㆍ지휘공백 등 확인 땐
고의성 없어도 탄핵 소추 사유
盧 정책 실패 책임과 달라” 지적도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로 마지막에 추가한 생명권 보장 위반 즉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피해자 구조에 최선을 다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판례에 비춰서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형법상 직무유기 범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있었으나, 최근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사고 대응의 문제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오히려 심각하게 심리해볼 사안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변호인단)은 18일 공개된 탄핵심판 답변서를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유관기관에 최선을 다해 구조하도록 지시했다”며 “대규모 인명 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신속하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지휘를 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7시간 행적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또 지금까지의 사법처리를 근거로 “세월호 구조 책임은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대해서만 인정되었다”며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물으려는 국민 정서에 기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각할 당시 헌재가 “대통령의 정책 결정상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사고 당시 대응이 일부 미흡했더라도 적법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머리손질에 시간을 소모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미용시술 의혹이 여전히 명쾌히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대통령의 강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박 대통령은 아직도 아무 잘못한 것이 없다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책임도 없다고 한다”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지법 판사는 “형법상 직무유기는 고의성 등 성립 요건이 까다롭지만 탄핵심판은 법률 위반 여부만 가리는 심판은 아니다”라며 “형사 책임을 물을 만큼 구체성을 띄지 않더라도 보고 누락이나 지휘 공백 등이 밝혀지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 조항을 다툴 수 있다는 점을 변호인 측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시간 행적의 규명 여부에 따라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현직 판사도 “청와대 집무실에 있었는지, 관저 집무실에 있었는지, 제3의 공간에 있었는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사안”이라며 “지휘 판단을 해야 할 핵심적 시간에 대통령이 연락이 두절됐거나 보고가 누락됐으면 탄핵심판에서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외에 경제파탄의 책임을 물었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는 ‘정책결정상 잘못’이 아니라 사고를 인지하고서도 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아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라고 차이점을 짚었다. 한 전직 헌법연구관은 “노 전 대통령 때는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정책과 결과간 인과관계가 불분명했지만, 이번에는 최종 결정권자의 직무이행 여부가 어린 학생 등 300여 명의 익사로 연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 주장이 ‘시간 끌기’라는 시각도 많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 절차를 따르는 탄핵심판에서는 유죄 입증을 소추위원이 해야 한다”며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인을 세우는데 제약이 있다는 점을 알고서 재판 지연을 노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탄핵심판이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 아닌 만큼, 헌재가 입증 책임의 정도에 있어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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