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의 최고급 세단 시장은 총성 없는 전장이다. 가격이 비싼데다 각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아낌없이 퍼붓기 때문이다. 이런 치열한 전투 끝에 최고급 세단의 ‘왕좌’에 오른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S클래스는 갑으로 통한다.
지난 10월 말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GLS는 S클래스의 SUV 버전이다. GLS의 등장은 고급 SUV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지난달 11일 경기 용인시 고매동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GLS를 체험했다. 6기통 3.0 디젤 엔진이 탑재된 상시 사륜구동 모델 ‘더 뉴 GLS 350d 4매틱’이었다.
7인승인 GLS는 한눈에도 크고 당당했다. 시판되는 SUV 중 가장 큰 축에 속하는 포드 의 ‘익스플로러’보다 전폭이 15㎜ 짧을 뿐 전장과 전고는 조금 더 길고 높다.
GLS의 트렁크나 문 옆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3열 승객이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조수석 바로 뒤 의자가 자동으로 접히며 앞으로 밀착했다. 2열 좌석에 앉아 등받이를 눕히면 조수석이 알아서 앞으로 이동하며 공간을 넓혔다. 2열 승객 편의를 위해 등받이 각도와 조수석 위치를 연동한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신차인데도 요즘 중형 세단까지 달고 나오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여전히 터치식이 아닌 내비게이션도 불편했다.
GLS를 타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삼성에버랜드 스피드웨이까지 왕복하는 50여㎞를 경부ㆍ영동고속도로와 국도로 달렸다. 스피드웨이 주변의 경사가 심하고 굽은 도로도 시승 구간에 포함됐다.
최고출력 258마력(HP)에 최대토크가 63.2㎏ㆍm나 되는 3.0 디젤 엔진을 품은 GLS는 풍부한 힘을 자랑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걸리는 시간) 7.8초가 말해주듯 가속력도 빠지지 않았다. 상시 사륜구동에 벤츠의 전체 차량 중 가장 큰 직경 21인치 광폭 타이어가 장착돼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남달랐다.
다만 급가속 시 가끔 튀어나오는 격한 엔진 소음이 거슬렸고, 차체가 커서 그런지 6가지 주행모드 중 ‘스포츠’로 달려도 별 감흥이 없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지만 크기가 작아 운동 성능이 한 수 위인 ‘더 뉴 GLE 350d 4매틱 쿠페’를 바로 전에 시승한 영향일 수도 있다.
GLS 350d 4매틱 쿠페 가격은 1억2,500만원이다. 비포장도로용 주행모드까지 갖췄지만 이 비싼 차를 끌고 험한 길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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